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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브라질 해변의 K-식당 (120)
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Tia와 Tio는 사전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삼촌의 촌수에 해당하는 손위 사람을 손아래 사람이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이 겠으나, 실재로 그 호칭의 범위는 과장하면 우리 집앞에서 보이는 대서양의 넓이 만큼이나 광범위하다. 특히 초딩인 우리 딸에게 찌아, 찌우는 이따금 모든 직업, 인종, 국경을 넘어 모든 성인인 여자와 남자를 부르는 호칭이 될 수가 있다. 보통 상대방을 부를 때,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브라질 사회에서 호칭을 부르는 문화가 잘 발달 되어 있지 않다고 볼수가 있으나, (식당에서도 주문하려고 구지 내 이름을 꼭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음. 나를 그냥 웨이터나 사장이라고 하는 것보다 이름을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음) 아이들이 찌아와 찌우를 부르는 것은 예외이다. 편하게 아무..
내 기억이 맞는다면. 뮌헨 출신의 요한네스가 우리 가게에 처음와서 자신을 요한네스 구텐베르크라는 역사책의 유명인의 이름과 동명이인으로 소개했다. 구텐베르그는 중고교를 지난 경험이 있는 한국인에게 엄청나게 각인된 이름이다. 구텐베르크라는 이름 자체가 한국인에게 민족적 자부심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사람도 아닌 그가 어쩌면 고려,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거의 무신경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더 설득력이 있어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우리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이것이다 -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사람. 한국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 사실 직지심경은 줄임말이고, 원래 대로하면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부처의 말 외에 고승의 의견도 포함된 것이라서 경이라는 말을 빼야 맞는 것이라고함) 이라..
2016년에 한국을 다녀온 사이에 우리 크레딧카드가 누군가에 의해 사용되었다. 발생 요인을 세가지 경우로 생각했었다. 1. 우리집 보모의 소행 2. 카드사의실수 3. 제3의 범인; 카드 복제등의 방법. 우리는 1의 경우를 비중있게 보았는데, 카드를 집에 놓아 두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 돌아온 뒤 그 카드는 그 자리에 있었다. 피해금액이 현금서비스 등을 포함하여 5000불 정도가 되었었다. 결국 이 금액을 다 보상받기는 했는데, 의심스럽게 보모를 보기 시작했고, 상황이 바뀌어 보모가 나중에 우리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으나, 결국에는 나와의 불화로 그만 두게 되었다. 카드도난사건은 우리가 금전적 손해를 보상 받으면서 잊혀져 갔지만,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이 세상에 수 많은 미제사건들 중 하나가 된..
차로 그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은 근거가 박약한 것이라 하겠지만, 내게는 흥미를 끌어냈다. 피아트 차인데, 작은 차면서도 식빵모양같은 물건 싣는 공간을 후면에 가졌다. 브라질 몇개의 주에 여러 매장을 가지고 있는 젊은 사업가인 이 친구가 평소에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우스꽝스런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내게 흥미로운 점이 었다. 나는 이 친구가 나쁘지 않은 의미에서 변태적인 성격을 가진 녀석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 일본계 브라질 사람, 데니스를 만나게 된 것은 랜드스케이프 수영장에서 였다. 외국 문화에 영어를 사용하는데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리 식당 소개를 하니, 한 번 오겠다더니 그 주에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 식당 단골이 되었는데, 늘 포르탈레자에 거주하는 것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우리 식당에 꽤 ..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일본계 브라질인 할머니가 3달째 우리 식당에 오고 계셨다. 원래는 상파울로 근교의 Suzano라는 일본인들이 농업을 많이 하는 지역에 딸과함께 살고 있는데, 포르탈레자에 사는 아들내외를 다녀가기 위해 오셨다가 3개월을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꼭 오셨기 때문에 지난 주에 Suzano로 돌아가신 후에 기억이 많이 남고 이 번 중도 왠지 다시 오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주 상냥하시며 또 반듯하신 분이셨다. 초등학교 교사로 30년 근속을 하고 55세부터는 연금으로 생활을 하고 계신데, 항상 내게 Senhor, Senhor 하시며 존칭어를 쓰시고 깍듯하게 대하며, 예의가 반듯하여, 그냥 일본인과 같은 인상을 주었다. 실상 브라질에서 태어나셨고, 일본어는 아리가또 수..
시간은 존재하지를 않는다. 단지 나와 이 세상이 엔트로피의 법칙에 의해 변해갈 뿐이다. 삶이 죽음이 되기까지 1이 0이 될 때까지, 존재가 있고 또 없기까지 그 변화의 과정에 내가 있을 뿐. 사랑을 주었던 다섯 명의 존재 중 넷이 떠났다. 내가 선무당이었다. 잘 모르고 돌보았던 이유로 그들의 존재가 사라진 것 같아, 그들 앞에 할 말이 없다. 그 비오던 날 식당 뒤뜰에 비와 모레가 범벅이 된 시멘트 바닥을 뒹굴던 그들의 모습이 눈에 아직 선하다. 그들을 거두어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었고, 거칠고도 큰 숨을 쉬며 존재가 겪는 고통에 존재가 사라질 것이란 두려움의 비명이 귀에 또렸하다. 오늘 아침에 그들을 위해 담요와 털이 난 토끼인형을 준비하였고 인터넷을 보면서 약간의 지식들을 더 쌓았다. ..
남자의 동양적인 외모가 내 관심을 끌었다. 그 만큼 동양인 관광객을 보기 어려운 곳이다. 이들은 수리남에서 온 여행객들이었다. 아마 첫 수리남 여행객이 아니었나 싶다. 아내 분인 Evy는 인도네시아계 였던 것 같고, Phil은 한국계로 네덜란드로 입양되어 지금은 두 사람이 수리남에 살고 있다고 했다. 두 아이와 같이 왔는데, 밝고 친절한 가족들이었다. 본인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저 멀리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온 아시아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남미의 북쪽, 일반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리남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유전자는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몇 마디 대화 중에 아시아인, 한국인으로써 동질감을 만들어 간다. 한국음식이 그리워서 왔다고 했다. 그들에게 특히 Phil에게는 이국적인 맛이라..
포스코가 포항에 무개 중심을 두고 있는 회사이다 보니, 포항에서 대학 생활을 한 나와 그 직원들 사이에 연결점이 이어질 때가 있다. 박승희 씨는 아들이 우리 대학을 졸업했다. 그 분의 아들은 나와 6,7년 차이가 나는데 당연히 내가 누군지 모르는 친구지만, 그 때문에 내게 호감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개교당시 부터 다른 대학과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였던 우리 대학을 좋아하시는 이유도 있으실테고, 이 브라질에서 뭔가 자신의 아들과 연이 닿는 사람을 만난 것에 호감이 생겼으리라 생각한다. 또 다른 아버지는 한범덕씨다. 이 분의 딸은 우리 가게에 오기도 했는데, 그 때에는 대학 후배인지 몰랐다. 대충 나보다 열 다섯은 어릴 것이다. 아빠찾아서 브라질에 놀러온 따님에게 한국음식 파는 곳을 소개하시러 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