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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브라질 해변의 K-식당 (120)
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까뽀치에게서 갑작스런 메시지를 받았다. '나와 같이 장례식에 가주겠나? 내 사위, 고이아빙야가 죽었네. 자살했네'. 가게 영업시간이었지만, 오래 알고 지낸 그 사람의 부탁이라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한편, 갑작스런 상황이 녹록치가 않았는데 지난 주말에 까뽀치가 내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으면서, 자신의 딸에 대한 사위의 강박적 집착과 의처증이 도를 넘었다며, 이미 두 사람이 별거 중이라고 이야기 했던 것이다. 다시말해 최근 사이가 나빠져 자신의 딸과 별거 중인 사위가 별거가 얼마 되지 않아 자살을 한 것이다. 순간 나는 고이아빙야의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그의 지인들이 장례식장에서 까뽀치와 그의 딸에게 어떤 태도를 보일지 걱정이 되었고, 어떤 일이 생길 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 상황을 한국의 일반적..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강의를 보았다. 한국인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릴 수 있냐는 것이 그 주제였는데, 강의를 한 박사의 결론은 다양성이라고 보았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일제에 의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디아스포라가된 한민족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후 혼란속에 남한과 북한이 생겨나고 그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을 발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또 강의에서 해방 후에 다섯 가지의 그룹으로 한국인들을 구분할 수가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는 지금의 한국 정치와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의 극명한 인식의 차이의 시작을 살펴본다는 면에서 좋은 강의라고 생각이 되엇다. 다만 한 가지 한국이 가장 갈등과 차이가 많은 국가인 듯한 뉘앙스가 ..
최근에 일하다 45일만에 스스로 그만둔 조이시라는 직원이 있다. 쑥스러움이 많은 건지, 되도록이면 나와 말을 섞지 않으려고 해서 계약서에 사인 받는 동안 저나 나나 왠지모를 답답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한 2주일쯤 되었을까. 가게를 마치는 데 파는 김밥이 한 줄 남았길래 같이 먹겠냐고 물으니 그러겠다고 했다. 나랑 반반 먹으면 되겠다 싶어 5조각을 잘라서 주고 나머지 반은 내가 먹었다. 그런데 조이시가 제 먹으라고 준 이제 갓 만든 김밥의 촉촉함이 사라진 반 줄 밖에 안되는 그 김밥을 비닐팩에 담는 것이 었다. 내가 이상해서 오늘 안에 꼭 먹어야 된다고 그러니, 제 어머니에게 맛보이고 싶어서 가져가는 것이라고 했다. 조이시라는 딸이 그 어머니를 생각했던 것이다. 낳아주고 길러준..
몇 년간 바래왔고, 우여곡절 끝에 적당한 예산을 들여 더 큰 주방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주문이 많아지면서, 주방 인원도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주방공간의 확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공사를 허락하지 않던 주인에게 그 허락을 받는 것에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일흔이 넘은 건물주 할머니에게 허락을 받으려고, 혜림이와 인사를 하러 가기도 하고, 할머니 사무실 직원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면서 부탁해보기도 했다. 심지어는 주방이 너무 더워서 안전검열에 지적을 받았고,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징계는 과장하느라 붙여본 말이다) 드디어 오늘까지 대략 2주만에 내부 마감과 환기시설까지 마무리 했고, 이제 십년 묵은 채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확장 공사를 계획한 시작시점부터 오늘까지 많은 생각과 계획과 실천이 있었고..
내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생계를 위해서기도 하고, 지나는 사람들을 쳐다 보기 위해서도 하고 이 자리에 8년을 넘게 자리를 깔고 앉은 나에게 머리가 하얗게 노라며, 얼굴은 하얀 사람이 말을 걸어 왔다. 다행인 건지 뭔지 한국이라는 내 조국이 많이 알려진 지금은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8년 전보다 훨씬 늘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스웨시아 사람이라고 하는 데, 나는 이 사람이 스웨시아가 스위스 사람인지 스웨덴 사람인지 또 헷깔린다. 구글에 쳐보면 항상 스웨덴이라 말을 해주긴 하지만. 그랬다. 그런데 그냥 내게 말을 걸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지 하는 생각이 남는다. 머리가 하얗게 노란 그리고 얼굴이 하얀 그 사람이 내게 말이다.
로우로를 만나러 갔다. 그의 손은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그의 한결같이 따듯하던 미소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늘 따듯하던 로우로는 그렇게 차갑게 변해 있었다. 로우로를 처음 만난 건, 테니스를 치기 위해 군인체육회관 (Circlo Militar)에 가입하면서였다. 혼자 벽보며 테니스를 치던 나를 몇 일간 지켜만 보던 로우로는 어느 날 벽보며 테니스를 치던 내게 찾아와 자기가 테니스 선생인데 싸게 해줄테니 같이 테니스를 치자고 했다. 일흔은 되어 보이는 이 웃음 많은 할아버지가 테니스를 칠 힘이 있겠나 싶었는데, 한 번 같이 쳐보니 보기 보다 아주 정정하셨다. 힘은 젊은 사람보다 확실히 부족했지만, 정확히 빈 공간을 노리는 노련함이 그에게 있었다. 알고보니 나이가 겉보기 보다는 젊은 환갑을 갓넘긴 나이..
최재천이라는 교수가 있다. 한국식으로 나이가 지긋하시고, 여러모로 그 사회에서는 큰 귀감이 되시는 분이라 교수님 혹은 그분이 말씀하시는데로 여기서는 선생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할 것 같다. 이전에 그 분의 유튜브 채널을 가끔 보던 때가 있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 연세에 비해 다루는 주제들이 젊은 층도 포괄할 만큼 지금 시대에 적절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과학자의 시각으로 사회의 이런 저런 모습을 해석하는 것이 나름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주로 인문학자들의 해석이 주를 이루지 않는가?) 그런 최재천 선생님은 최근에 전 세계에 충격을 던진 '챗GPT에 대한 석학들의 평가'라는 주제로 유튜브 영상을 올리셨다. 그리고 첫 석학으로 촘스키가 등장했다. 최선생님께서는 살아있는 언어학의 전설, 변형생..
참 착한 마음씨의 크리스티나다. 그리고 긍정적으로 자기 주위를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그런 크리스티나가 우는 걸 한 번 봤다. 4주 전이었다. 오후에 가게 베란다에 앉아 있었는데, 가게 안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오열하는 소리가 났다. 길게는 아니고 한 10초였나보다. 그 당시에는 바쁜 주였는데, 크리스티나가 아프다며 이틀을 빠진 뒤라 조금 거리를 두려고 우는 소리를 들어도 별로 내색을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지난 주에 남편이 잘 있는 지 물었더니, 헤어졌단다. 그 때 알았다. 왜 크리스티나가 아프다며 가게에 오지를 않았고, 또 갑자기 그렇게 오열을 했는지. 그 남편, 제퍼슨도 친절하고 다정한 성격이다. 가게에 올 때마다. 누구에게나 따듯한 미소로 먼저 인사하는 그엿다. 키가 2미터가 훌쩍 넘지만, 부담스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