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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오늘은 내 인생이 기차 여행 같다. 항상 그런 건 아니고, 오늘은 그렇다. 그냥, 그냥 그렇게 생각 되는 때가 있다. 이유없이 여행의 전율이란 벼락이 내 등골을 타고 내리는 날 말이다. 언젠가 기차를 탔던 경험이랄까 느낌이랄까 그런게 날 붙잡는다. 그리고 나는 추억한다. 나는 중국 상해에서 카쉬가르까지 갔던 때 기차를 타고 그 곳을 지나던 때를 이유없이 추억한다. 흔들리는 기차의 구석구석 그리고 슬픔 묻은 그 자리, 그 장면 곳곳에는 그 날의 사람들이 알알히 박혀있다. 어느센가 오늘의 나는 케이밥이라는 기차의 한 칸에 타고 있다. 기차여행을 하고 있다. 나를 바라보는 동행들. 후안, 추이, 부르노 그리고 알렉스. 오늘 만남이 추억의 (기억의) 장면이 되어 내 가슴을 시리게 한다. 후안, 추이, 부르노 그..
스캇이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이른 크리스마스 장식과 잘 정돈된 정식 브런치 테이블이 인상적이었다. 그가 이른 아침부터 손수 준비한 블루베리팬케잌과 코코넛을 넣은 과일샐러드는 그의 정성을 느끼게 했다. 이런 저런 대화를 이어 가던 도중에 몹쓸 대화의 주제가 나왔다. 스캇이 물었다. 백신을 맞았냐고. 또 이야기했다. 그는 화가 난다고 했다. 백신을 안 맞는 정신나간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보네타라는 서로가 아는 여기에 사는 미국여자가 있다. 스캇은 그녀에 실망했고,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슬프고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양측의 생각이 이유라는 것이 다 있는 것이다. 뉴욕에 계시던 친척 할머니 한 분이 코로나로 2 주일전 돌아가셨다. 히우에 계시던 아는 할머니 한 분이 코로나백신으로 2달전 ..
미국 텍사스 주의 한가운데 위치한 한 작은 도시 출신이라는 잭은 다른 수식어를 빼고 그냥 선량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남의 말도 잘 들어주고, 나의 작은 배려나 친절에 감사할 줄 아는 좋은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잭과 내가 베이라마 해변의 바하까에서 나눈 마지막 대화에서 듣게 된 잭의 생각은 선한 사람 잭과 전혀 어울리 지 않았다. 아니,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훈훈한 바다 밤공기 속에 시간 가는 지 모르고 이어졌던 우리 이야기도 끝나가던 즈음에, 당시 언론에 회자되던 총기사고사건이 떠올라, 미국 총기 사용에 대한 남부 출신인 그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선한 사마리아인 만큼 따듯해 보였던 잭이 본인은 총기사용을 찬성한다며, 이를 규제하려는 오바마 정부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남..
오후 햇살에 눈이 부신듯 게슴츠레 눈떴다.그 앞에 보이는 것은 수많은 환상일 뿐.더 이상 눈 앞의 세상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하루에도 파도처럼 들고난다. 그들이 길고양이들을 살게하는 것이다. 아니,이 비실체에 머무는 때를 연장시키는 것이다. 왜 기억이 없겠는가? 잠시라도 느꼈던, 온기 입은 세상, 향기 긷든 세상, 형형색색 세상.실체의 잔상들이 가시가 되어 폐부를 찌르곤한다. Tropical의 온화한 기후는 파라다이스의 모형!관광객을 부르고 또 길고양이를 부른다.그들은 이 사랑스런 기후와 해변을 공유한다. 어둑어둑해지면 머리를 누일 곳을 찾는다.큰 길가 모퉁이는 인기있는 이 밤의 거처운좋은 날엔 찢겨진 고기 조각이 머리맡에 놓인다. 사실 길고양이들도 여러 타입이다.시끄런 놈, 조용한..
가까이 다가갈 수록 마음이 두려워지고 몸도 무거워 짐을 느낀다. 쾌쾌하고 습한 냄새가 내 콧가에 번지고 있었다. 그 장소가 사방으로 막혀 있었는데 경찰이 구조를 위해 통제한 탓이다. 그 주위에 살고있는 사람인 척하며 가까이에 접근해 보았다.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나름대로의 룰에 따라 쉬거나 움직이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때와는 다르게 가까이 가서 그 폐허를 보니 가슴이 그 건물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아파트 내벽의 잔해들이 여러 모양으로 잘게 부서져 2층 높이 만큼 겹겹히 쌓여있다. 저 아래 어딘가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7인의 생사가 함께 묻혀있다고 생각하니, 감히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뒤돌아 나오는 길에 터벅터벅 골목들을 어질어질 빠져나오며 드는 생각이, 인간으로써 이 땅에 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나른해 지는 점심 시간의 끝자락에 가게 창 밖의 버스 정류장 옆 전자시계는 오후 2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어떤 한국음식이 있나?" 라며, 한 키작은 노인이 가게로 들어 왔다. 개업 후 장사가 시원치 안은 터라 한국음식에 이런 노인이 관심을 가져주니 반갑기도하고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당신에게 최대한의 친절을 배풀어 드리리라 마음을 먹고 노인에게 간단한 말을 건냈다. 나는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여기에 사세요, 어르신?" 이라고 물었다. 그러자 가게 벽에 붙은 세계지도를 가리키며 자기는 시칠리아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해봤다. "그런데 지금 여기 사시는 거지요, 어르신?" 노인은 결국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만 마지못해 끄덕였다. 왠지 분위기가 머쓱해져서, 쓸대..
걷다가 멈추게 된 것은 참으로 내가 알지 못하는 힘에 의해서 였다. 잠시 멈추겠다 싶기도 했는데, 벌써 8년이 되었다. 멈추면 보이게 되는 것이 있는 것인가? 걷다가 보고 들었던 것들과 무언가 다른 것이 있기는 하다. 어쩌면 이단자이고 어쩌면 그렇지 않은 나는 멈추어 믿기만하기를 거부했다. 그 때는 그랬다. 나에 대한 폭압으로 느껴지고, 나의 생각이란 나의 존재란 그저 퍼즐의 한 조각과 같은 것과 같았다. 나의 모양은 정해져 있었고, 사회도 그 것을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모양이라 정해 두었다. 빌어먹을 너란 존재 같으니! 날 키워주었다 생색은 마라. 날 쥐어짜는 건 어느 사랑이란 정의에 있던 것이냐! 발길질 몇 차례하고는 그냥 떠났다. 니가 좋아하든 아니든 난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나는 걸었다. ..
뭔가에 홀린 듯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냥 이 곳에 머물러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내가 볼 수 없는 누군가가 내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마음이 움직였다. 내 아내의 마음도 날 따라 움직였다. 우리는 이내 청록의 해변들이 여기저기, 어느 왕관의 사파이어처럼 박혀있는 도시, 포르탈레자에 작은 둥지를 트기로 했고, 둥지에 오래 머물려 할 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난 초대받은 자로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 갔지만, 이제는 초대하는 자가 되기로 했다. 아직 이 곳에는 없는 한국식당을 열어 한국음식과 삶의 단편을 이야기함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장소를 열고자 했다. 사랑하는 혜림이는 2살이 채 되지가 않았다. 나와 아내는 혜림이를 안고 식당할 곳을 찾아 이리 저리로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