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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참혹함이 내 발아래에 있음이 믿어지지 않던 날. 본문
가까이 다가갈 수록 마음이 두려워지고 몸도 무거워 짐을 느낀다.
쾌쾌하고 습한 냄새가 내 콧가에 번지고 있었다.
그 장소가 사방으로 막혀 있었는데 경찰이 구조를 위해 통제한 탓이다.
그 주위에 살고있는 사람인 척하며 가까이에 접근해 보았다.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나름대로의 룰에 따라 쉬거나 움직이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때와는 다르게 가까이 가서 그 폐허를 보니 가슴이 그 건물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아파트 내벽의 잔해들이 여러 모양으로 잘게 부서져 2층 높이 만큼 겹겹히 쌓여있다.
저 아래 어딘가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7인의 생사가 함께 묻혀있다고 생각하니, 감히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뒤돌아 나오는 길에 터벅터벅 골목들을 어질어질 빠져나오며 드는 생각이, 인간으로써 이 땅에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저들의 어제가 나의 어제이며, 저들이 지금이 나의 지금이고, 우리의 미래도 그러하다.
참으로 불완전한 부서질 것만 같은 모래성에 살고 있는 나 그리고 너.
삶이란 그에 더함도 덜함도 없다.
내게 주어진 지금에 감사하고 사랑하고 행복하고
그로인한 감사와 사랑과 행복의 열매를 맺으며 사는 것
그렇게 지금을 사는 것
이 것들 외에는 더 나은 것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신기루를 쫓아 사는 삶,
누군가가 설득하고자한, 소년의 설익은 야망으로 점철된 삶은 지양할 삶이다.
소중한 지금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이 곳의 어느 아파트가 무너진 곳을 다녀와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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