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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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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의 K-식당

학부모님들

Tigre Branco 2022. 1. 29. 07:59

포스코가 포항에 무개 중심을 두고 있는 회사이다 보니, 포항에서 대학 생활을 한 나와 그 직원들 사이에 연결점이 이어질 때가 있다. 박승희 씨는 아들이 우리 대학을 졸업했다. 그 분의 아들은 나와 6,7년 차이가 나는데 당연히 내가 누군지 모르는 친구지만, 그 때문에 내게 호감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개교당시 부터 다른 대학과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였던 우리 대학을 좋아하시는 이유도 있으실테고, 이 브라질에서 뭔가 자신의 아들과 연이 닿는 사람을 만난 것에 호감이 생겼으리라 생각한다.

 

또 다른 아버지는 한범덕씨다. 이 분의 딸은 우리 가게에 오기도 했는데, 그 때에는 대학 후배인지 몰랐다. 대충 나보다 열 다섯은 어릴 것이다. 아빠찾아서 브라질에 놀러온 따님에게 한국음식 파는 곳을 소개하시러 온 것이었다. 한범덕씨는 아내가 한인교회에 참석하면서 잘 알게 되어서 코로나사태로 한국으로 떠나실 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따님이 우리대학 후배인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 대학의 학부모들에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 뿐만아니라 부모들도 학교를 좋아하고 특별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모두는 아니겠으나, 내가 기억하는 것은 늘 밝은 얼굴로 우리를 대하는 학부모들에 대한 장면들이다. 우리 부모님들도 그런 부모님들 중의 하나로써, 그냥 내가 입학하던 때부터 다니는 동안 쭉 좋아하셨다. 그런데, 나는 졸업식을 가지 않았고, 이유는 학교에서 받을 상이 있느 것도 아니고, 거기에 시간을 낼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때였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내게 미안함으로 아직도 남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대학을 가보지 못하셨다. 그 때 당시 흔했다고 하는 어려운 환경때문이었는데, 그 때의 많은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그 분들께도 대학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내가 대리 만족을 주었다고 해야하나. 대학4년내에 장학금 한 번 받아 보지 못하고, 부모님 주머니를 털어서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했었는데, 그 분들이 정작 대학을 다니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감당할 수 있는 돈을 학교에 내며 나와 함께 대학을 다니고 있었던 것을 왜 그 때는 알 지 못했을까? 나중에 알았다. 어머니가 몇년 뒤에 섭섭했다고 말하는 걸 지나는 말로 들었던 것이다. 

 

한동대학 부모님들, 한참이나 나와는 차이가나는 이름 모를 두 후배의 아버지들을 보면서, 어느 선배 학생 부모님의 자랑스러워하고, 흐뭇해하던 모습이 열여덟의 어느 날 나를 향해 웃던 부모님의 얼굴과 오버랩되어 저 하늘 뭉실뭉실 구름 뒷편에서 아스라하게 흩어져 갔다. 

 

 

21.07.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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