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Phil과 Evy 본문

브라질 해변의 K-식당

Phil과 Evy

Tigre Branco 2022. 1. 30. 03:52

남자의 동양적인 외모가 내 관심을 끌었다. 그 만큼 동양인 관광객을 보기 어려운 곳이다. 이들은 수리남에서 온 여행객들이었다. 아마 첫 수리남 여행객이 아니었나 싶다. 아내 분인 Evy는 인도네시아계 였던 것 같고, Phil은 한국계로 네덜란드로 입양되어 지금은 두 사람이 수리남에 살고 있다고 했다. 두 아이와 같이 왔는데, 밝고 친절한 가족들이었다. 본인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저 멀리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온 아시아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남미의 북쪽, 일반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리남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유전자는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몇 마디 대화 중에 아시아인, 한국인으로써 동질감을 만들어 간다. 한국음식이 그리워서 왔다고 했다. 그들에게 특히 Phil에게는 이국적인 맛이라 해야 할까 아님 고향의 맛이라 해야 할까? 여하튼 동양의 갖은 양념으로 만들어진 그 음식이 늘 당긴다는 것이다. 

 

흔하지는 않지만 간혹 손님 중에 한국에서 나고 어릴 때 외국으로 입양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한국은 음식이 되었건 한국에 대한 어떠한 것이 되었던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흔히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오해하며 말하는 유명한 홀트재단 등을 통해 팔려간 불쌍한 아이들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내가 본 손님들에게는 맞지 않았았다. 한국에 대한 나쁜 감정이나 피해의식은 없었고, 오히려 자신이 태어난 곳이라 그런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호의를 가지는 것이었다. 물론 각기 입양된 나라의 국적자이며 대한민국의 국적에 대해서는 하등 관심이 없지만, 한국인, 한민족이라는 혈통적인 동질성은 대부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즉 자신이 Korean이라는 민족에 속한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소속감을 찾으려는, 자신의 존재의 의미 찾으려는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으로써 느끼는 동질감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때어내고 말하기가 어려운면이 있다. 국가와 민족을 분리하여 생각해 볼 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민자의 천국인 미국을 보면 인도계 미국인, 아일랜드계 미국인, 유대계 미국인 등의 분류를 매체 등에서 늘 쉽게 접하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분류를 만나기가 어렵다. 일본계 한국인, 베트남계 한국인, 미국계 한국인 등등 다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가? 우리의 관념 속에는 국가와 민족이 일체화 되어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국이라는 국가에 자리를 잡는 것이 더 못마땅하고 이를 받아 들일 수가 없는 것일 것이다. 한국이라는 국가에 자리를 잡는 것은 오직 한국인들이어야만 하는데, 관념상 한국에 뿌리를 내리려는 외국인을 한국인으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냥 말이 안되는 소리다. 

 

어떻게 보면 독립성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겠고, 어떻게 보면 편협하게도 볼 수 있겠다. 이런 한국인의 국가민족관은 오랜 세월을 걸쳐 형성된 한국의 특징이라고 하고, 한 가지 장점을 찾아 본다면, 강인한 생존력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한민족의 나라들 만큼 외침을 많은 받은 나라도 드물다고 한다. 위기때에 힘을 모으는 저력은 이미 많은 경제위기를 함께 함으로 극복한 사례를 통해 세계에 잘 알려졌다. 이렇게 끈질긴 생존력은 좋든 싫든 한국인의 집단 유전자에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지구상에 가장 끈질기게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남을 민족 중 하나가 아닐까. 장점이라고 해두고 싶다. 

 

2016

반응형

'브라질 해변의 K-식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90세 일본 할머니  (0) 2022.02.03
럭키  (0) 2022.02.01
학부모님들  (0) 2022.01.29
타이완 사람들  (0) 2022.01.29
비치발리볼 선수, 그 전과 후  (0) 2022.01.2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