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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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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의 K-식당

90세 일본 할머니

Tigre Branco 2022. 2. 3. 03:18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일본계 브라질인 할머니가 3달째 우리 식당에 오고 계셨다. 원래는 상파울로 근교의 Suzano라는 일본인들이 농업을 많이 하는 지역에 딸과함께 살고 있는데, 포르탈레자에 사는 아들내외를 다녀가기 위해 오셨다가 3개월을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꼭 오셨기 때문에 지난 주에 Suzano로 돌아가신 후에 기억이 많이 남고 이 번 중도 왠지 다시 오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주 상냥하시며 또 반듯하신 분이셨다. 초등학교 교사로 30년 근속을 하고 55세부터는 연금으로 생활을 하고 계신데, 항상 내게 Senhor, Senhor 하시며 존칭어를 쓰시고 깍듯하게 대하며, 예의가 반듯하여, 그냥 일본인과 같은 인상을 주었다. 실상 브라질에서 태어나셨고, 일본어는 아리가또 수준으로만 하시는 대도 말이다.  

 

90이라는 작지 않은 숫자의 언덕을 오르고 내려온 그의 인생을 내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니, 일본인 부모 밑에서 브라질이라는 넓고 다양함이 공존하는 곳에서 태어나 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의 소녀 때 부터 지금의 모습까지의 일대기가 성장영화처럼 내 눈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이어서 먼저 혜림이가 떠오르고, 브라질에 있는 내 시간도 떠올랐다. 

 

짧게 그 분을 추억한 오후, 일본 할머니께서 앉으시던 작은 테이블과 구석 자리를 쳐다보니 흐믓한 미소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번졌다.

 

 

09.0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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