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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비치발리볼 선수, 그 전과 후 본문
많은 사람들이 왔다. 커플이 왔고 한 두달간, 얼마후에 커플의 약 20명되는 친구들이 일주일에 2,3번 피크때는 5,6일은 왔던 것 같다. 한 두 달간.
처음 왔던 건 19년 11월 초였다. 커플이었는데, 스톡홀름에서 몇시간 떨어진 도시에 살다가 지금은 예테보리에 살고 있다. 떠나는 날 그들에게 최고의 식당이었고, 비빔밥은 특히 훌륭한 음식으로 평가했다. 아직 한국음식이 그들이 살고 이는 곳에서 대중적이지는 않아서, 특별했던 모양이다. 운동선수로써 건강균형식으로써 비빔밥이 더 맘에 들었던 것일 수도 있고. 이 친구들이 떠나기 전날에 우리 가게와 집 근처에 위치한 비치발리볼 훈련코트를 갔다. 가기 전에 코트에 있는 너희들이 보고 싶다고 하여 아침에 갔었다. 시간이 맞지 않아 훈련하는 것은 보지 못하고, 함께 코트옆 콘테이너 박스에 차려진 아사이를 같이 먹으며, 두 달간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비치발리볼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하니까. 비치발리볼을 잘 하지 못해도, 친구들끼리 맥주 마시면서 재미로 하면 정말 좋은 레크레이션이 될거라고 했다. 서핑을 하냐고 해서 가끔 그렇다고 하니까. 자기도 서핑을 다음에 와서는 꼭 하고 싶다고 했다. 키가 195는 되어 보이는 터라 아주 큰 보드가 필요할 거라고 하니 웃었다. 헤어지며 해변으로 걸어서 숙소로 가겠다는 두 사람에게 잘 지내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내며, 가는 길에 마시라고 손에 있던 코카제로 두 병을 줬다.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는데, 내가 뭐가 해준게 없던 것 같은 아쉬움이 들어 이상할 수도 있지만 그냥 건냈다. 건강한 삶을 찾는 사람들에게 콜라를 줬다는 게 좀 아닌 것 같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건 설탕이 안든 콜라라는 것.
이 커플들의 친구들은 다름 아닌 비치발리볼 아마추어 선수들이었다. 복지와 사회 체육이 잘 발달된 북유럽이라서 그런지.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시간을 한 두달씩 내서 휴가 겸 훈련 겸 해서 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전문 운동선수들만 하는 전지훈련을 생각하기 쉬운데, 아마추어 선수들도 개인 경비로 비슷한 걸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날씬하고 근육질의 비교적 선수같이 보였던 이전 커플과는 다르게 40대 중반의 배나온 아저씨 부터 퉁퉁한 체형의 아가씨들도 그 그룹에 끼어있었다. 물론 다부진 체형에 탄탄한 근육을 가진 운동선수같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부류가 소수였다. 개인 사정에 따라 스케줄은 짧거나 길거나 다 달랐는데, 체계가 있는 게 아니라 세아라 출신의 코치가 중심이된 동호회 출신들이 왔던 것이었다. 국적은 북육럽 3개국에 스위스와 리투아니아 등 북유럽의 인근 국가들이었다. 이 번에는 선수들이 뛰는 것을 보고 싶어 시간을 잘 맞추어 갔는데, 역시 몸과 실력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 지, 운동선수의 탄탄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의 플레이는 TV에서 언젠가 봤던 비치발리볼 느낌이었다면, 일반인 몸매의 소유자들은 플래이도 주말에 친구들끼리 즐기는 정도 느낌이었다. 왜 그 커플이 '잘 하지 못해도 친구들끼리 맥주 마시면서 재미로 하면 좋다'고 한 말이 이해가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내가 잘 몰라서 그렇게 본 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훈련은 북유럽의 성실함과 진지함이 느껴지는 그들의 열심이 보이는 현장이었다.
이 아마추어 비치발리볼 선수들이 떠나자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었고, 우리가게도 문을 닫고 배달만 하게 되었다. 불과 얼마 전에 우리 가게를 왁짜지껄하게 만들었던 그들의 존재가 자유롭게 모래 코트 위에서 쉴새없이 뛰고 웃고 서로의 눈과 동작을 응시하며, 서로의 손바닥을 짝짝짝, 하이파이브를 날리던 그 모습. 그 모습의 잔상이 아직 내 머리에 선명한데, 가끔 그 곳을 지나칠 때 마다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곧 사라진다. 그 곳에는 이제 아무도 없다. 덩그라니 쓸쓸한 그리고 쓸모없어보이는 모래 코트 뿐이다. 이전에는 5년간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 중에 마스크를 한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 반대가 되었다. 가게 앞 거리에는 뜨문뜨문 이어지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행진곡이 마치 장송곡처럼 들린다. 자유롭고 편안함의 영혼이 담긴 이 곳 사람들의 티없는 얼굴에 이유없이 죄인라는 이름이 쓰여진 까닭에. 정말 이유없이 말이다.
01.07.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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