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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Quarentena - 1 본문
내일이면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이 도시가 완전히 마비되고 사람들이 공포와 염려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악몽 속에서 살아가게된 일주일 말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던 브라질에 공포의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불과 채 10일이 되지 않는다. 초기의 한국처럼 30 명도 되지 않던 확진자 수가 지금은 2000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도시 포르탈레자는 오늘 160명이 넘었고, 인구비례를 볼때 브라질 전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있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그간 수많은 유럽과 브라질 전역의 관광객들이 본인도 모르게 뿌리고 간 악의 씨앗이 우리의 몸에 들어와 기생하고 이제는 수많은 악의 꽃을 피우는 중이다.
활기찬 사람들이 아침이면 Beiramar를 걷고 뛰며, 이 곳의 구름 한 점없이 우울함 한점없이 비치는 태양빛처럼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하던 곳. 수많은 아름다운 해변들과 멈추지 않는 북동부의 바람은 끝임없이 관광객들에게 휴식의 가치를 매순간마다 상기시켜주던 곳. 행복의 에너지가 여기저기서 넘처나며, 브라질에서도 특별히 밝고 따듯한 세아라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그 들의 친절함을 항시 만날 수 있던 곳. 우리의 아름다움이 한 순간 흑백영화 속의 한 장면이 되어 버리며,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요나스와 Quarentena가 선언되기 바로 전날 우리가 늘 하던대로 가게문을 닫고 맥주 한잔하며 이야기하러 나섰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보는 섬뜩한 분위기를 가는 곳마다 느끼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보통 요란스럽게 떠드는 우버기사는 마스크를 낀채 말 한 마디없디 외국인인 우리를 경계해 쳐다보지도 않고 내릴때 까지 화난 표정으로 일관했다. 싼 맥주값으로 그 큰 공간에 빈 테이블을 찾기 어렵던 그 식당은 우리를 포함해서 채 3테이블이 되지 않았다. 모든 웨이터들은 본인들에게 너무 어색한 마스크를 강제로 껴야 했으며, 언젠가 닥칠치 모르는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예상한 듯 경직된 모습이었다. 이 곳은 우리가 지금껏 알던 수년간 살아온 포르탈레자가 아니다. 어색한 분위기, 처음 만난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만 이야기를 나눈후 헤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혜림이의 등교가 취소 되었다. 이제 혜림이는 하루 종일 우리와 가계에 함께 있어야 할 터였다. 학교 뿐만아니라 다른 어디도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쇼핑센터의 놀이터나 서점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이나 라이스 언니의 집에도 갈 수가 없다. 혜림이의 놀 것의 많은 부분이 송두리채 사라져버렸고, youtube에서 또래의 한국아이들이나 BTS 오빠들이 웃고 떠드는 것을 보는 것으로 소중한 하루하루를 사용하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6일이 된 오늘 드디어 혜림이가 눈물을 터트렸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보고 이야기하고 같이 놀고 싶다고 때를 쓰면서 울기 시작했다.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이더니 창가에 흘러나리는 봄비처럼 금새 주루룩 주루룩 멈추지 않고 내렸다.
이제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일요일은 쉬고 교회가고 서핑도 가고 했는데, 이 번 일요일 부터 기약이 없는 언젠가의 일요일까지 나는 쉴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겨 버렸다. 한 두개의 주문이라도 받기 위해서 기약없는 기다림을 하러 일요일에 가게에 나온 것이다. 고맙게도 그 첫 일요일 어제는 한국인 알리와 이 곳사람 제이지 부부 그리고 부부의사인 마테우스와 로라이니가 주문을 해줘서 일요일에 나온 발걸음이 헛되지 않게 만들어 줬다. 전기세라도 아껴야하는 때라 에어컨도 켜지 못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코로나 방송을 한국어, 영어, 포르투갈어로 듣고 또 들었다. 일요일이니 두 시간 정도 빨리 마치기로 하여 어려운 중에 내게 작은 일요일 휴식의 선물했다.
모토택시들은 오자 마자 목례를 한다. 우리 식당 음식 배달은 본업이 아니니, 다른 일이 있어서 못간다니 했었을 때도 있었는데, 내가 작은 도움을 주는 때가 되어버렸다. 하루에 몇개 안되는 배달이라도 그들이 잡고싶은 지푸라기가 된 것이다. 주문이 많아 서로 도움이 되면 좋으련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사람들이 벌써 끝이 보이지않는 터널 속에서 지갑을 닫기로 한 것만 같다. 인스타그램의 다른 식당들이 배달도 이제 멈추고 아애 닫는 곳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에 그 상황을 짐작하게 된다.
이 곳의 문제점들인 복잡하고 느린 행정처리, 부족한 의료시스템, 부족한 책임의식 등이 상황을 더 악화 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크게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구대비 가장 확진자가 많은 브라질의 손꼽히는 관광지인 이곳은 관광객이 대부분 사라지고 우리를 최악의 상황 속에 떨어뜨려 놓았다. 그 중에서도 눈물나도록 가슴아픈 것은 우리가 아는 몇몇 의사 친구들 아직 닥터는 아니고 레지던트인 그 친구들이 지금도 그들의 안전을 전혀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지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께 그들중 한명이 올린 인스타그램 글에는 '나는 너희가 아는 것처럼 의사다. 나의 친구들이여 코로나바이러스로 의심이 되면 내게 알려라 내가 너희와 함께 하겠다' 라는 말이 있었다. 누가 이런 의사들을 욕할 수 있을까? 어떠한 부와 지위도 그들의 목숨을 버릴만큼 가치가 있지 않는 이상,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최소한 이런 의사에게 돌을 던지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한 40여명이 되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 그리고 손님들에게 하루 종일 연락을 했다. 어려우니 가까운 사람을 친구들을 생각하게 된 것인가? 그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것인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루종일 그 적지 않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제 마칠 시간에 보니 오늘 매출이 형편없다. 손님과 약속한 배달 가능 시간도 1분이 지난 9시 31분이다. 내일을 위해 무거운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해야 겠다.
24.0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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