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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BTS를 쓴 아빠와 딸 본문
가게를 전세 내다 시피한 북유럽 비치발리볼 선수들도 떠나고, 프리카니발 주간에 접어들어서 주중에는 손님이 많이 줄어 식당이 한산하다. 한 달 반정도 바쁘게 돌아가다 좀 여유가 있으니, 동네 뒷산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다 산 중턱에서 시원한 약수물을 마시며 한 숨 돌리는 기분이다.
가끔오던 쿠바 의사가 한 소녀를 데리고 왔다. 왠지 전에 말하던 케이팝을 좋아하는 딸이 아닐까 했는데, 반갑게 인사하며 내가 말하던 바로 그 딸이며 아미(Army)라고 소개했다. 소녀는 아버지처럼 까무잡잡했는데, 두 사람 다 전형적인 뮬라토 쿠바인이었다. 아버지가 한국 식당에 와보는 게 하나의 버킷 리스트였다고 하니 베시시 웃는데, 수줍게 웃는 입가에서 카리브풍 트로피카나의 감성이 묻어 나왔다.
포르투갈어를 잘 못하는 걸로 봐서 쿠바에서 아빠를 만나러 온 것 같았다. 자세한 것은 실례가 될까봐 묻지 못했는데, 오랜 만에 만난 딸을 위해 딸이 좋하하는 것을 한 가지 해 준 것이었다. 파인애플+망고 주스를 마시고, 잡채를 먹고 디저트로 팥빙수 큰 걸 두 사람이 나눠 먹는 동안 소녀는 아버지와 함께 기분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이 전에 우리 식당을 혼자서 몇 번 찾으며 이 쿠바 의사는 항상 BTS 로고가 눈에 띄는 검은 캡을 쓰고 왔었고 오늘은 두 부녀가 그 모자를 쓰고 왔다. 항상 BTS 모자를 쓰고 우리 식당에 나타났던 이유는 아마도 그 딸이 많이 그리워서 그랬던 건 아닐까 싶다. 떨어져 있는 딸이지만, BTS 모자라는 매개체가 그 두사람을 이어줘 왔던 것일 지도 모른다. 사랑의 메신저, BTS로고가 오늘 더 따듯해 보인다.
20.0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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