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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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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의 K-식당

윗집남자

Tigre Branco 2022. 1. 29. 03:30

오늘 가게에 온 안드레. 4년 전에 왔었다는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본 듯하기도 한데, 어디에서 머물고 있냐니 우리 아파트의 바로 윗집이다. 겉모습을 봐서는 평범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특이점이 별로 없는 중간 키의 백인이다. 나이는 40 정도 되어 보이는데 가만 보면 머리는 스킨헤드로 약간의 엣지를 주었지만, 얼굴은 천상 순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내가 인터넷이 느려져 고쳐 주려고 손보다 아애 끊어지자 약간 짜증섞인 말투로 니땜에 아애 안된다라고 말한 그 때를 빼놓고는 순한맛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이 윗집 남자가 하는 일이 좀 특이하다. 포르탈레자에 한 달을 있으며 일도 한다는데, 인터넷으로 계속 일을 한다 했다. 여기 오기 전에는 콜롬비아에 있었고, 올해에 갈 곳도 이미 여러 군데가 정해져 있는데, 미국 마이애미로 시작해 타 대륙들에 여러 나라들이다. 카지노 사이트와 관련된 일이 라는데, 하루에 10 시간씩 온라인으로 무슨 일을 하는 지, 자기 나라(러시아) 시간에 맞추어 일을 해야 해서 새벽 일찍 일을 해야 한다는데, 아니 그럼 왜 시차가 6시간 나는 여기까지 와서 출장 온 것도 아니고, 휴가 온 것도 아니고 컴퓨터를 끼고 새벽부터 일어나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 전에 여기 4년 전에 와서도 2 주동안 다른 해변에 가본 적도 없고 베이라 마가 나쁘지는 않지만 무슨 감동을 받았는지 베이라마 대로만 왔다 갔다하는 지 아무튼 이 사람은 미스터리한 면이 있다. 어쩌면 본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는 상황은 아닐까? 카지노, 러시아 마피아 등등 연관이 되어서? 아님 말고.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일반 직장인 시간대로 1년간 출퇴근하며 근무 했다고 하길래 최근에 코미디언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던데 특이하다 라고 했더니, 미국이 대통령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나는 도날드 트럼프가 방송인이어서 미국과 같이 방송인이 대통령이 되었다라고 말하는 줄로 잘못들으며 뭔소린가 했는데, 듣다보니까 미국이 작정하고 국익에 따라 그 코미디언을 대통령으로 앉혔다는 것이다. 미국이 선거운동이나 자금을 지원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그래도 2차 선거까지 정식으로 대결해서 국민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인데 아무래도 미국이 대통령으로 그 사람을 갖다가 꽃았다고, 낙하산도 채용도 아니고 어떻게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하는 지, 러시아 사람들 과반수도 이런 생각을 정말 하고 있는 것인 지 궁금해졌다. 내게 점점 이 사람은 한층 더 이상하게 보이고, 이상하게 보일 수록 이 윗집남자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간다.

 

어제 왔고, 30-1 날이 남았다.

 

그리고 30-29 가 되었다.

 

안드레와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나는 밥을 먹어서, 트로피칼 진 칵테일을 마시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좀 내성적인듯 한데, 자기 이야기를 또 잘하는 친구인데, 결국은 한 세시간 만에 최근 1달 간의 이야기를 탈탈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자기가 만난 여자들 이야기를 하겠다고 해서 듣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오늘 밤하늘이 유난히 어둡게 느껴졌다. 자기 이름을 많은 콜롬비아여자들의 음부 위에 세기게한 제프리 이야기(그가 만난 여자에게 그 이름이 있었으니), 11살에 양아치 양아비에게 강간을 당하고 아이를 낳게된 메데진 소녀 이야기, 무엇보다 4년전에 포르탈레자 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가슴깊은 곳의 추억 속의 한 여자를 이번에 4년만에 다시와 만났지만, 사실은 그녀가 외국남자를 만나 팔자를 바꾸려는 두 아이를 가진 여자였으며 안드레를 기억도 못했다는 이야기.

 

세상에는 낮과 밤이 있지만, 오늘의 기운은 밤에 많이 기운듯하다. 우리가 이야기한 인간 세상도 밤에 많이 기운듯 했다. 또 세상은 어둡고, 힘과 돈이라는 인력에 이끌려 타오르는 불에 검게 재가 될 지언정 달려 들고야 마는 불나방과 같은 우리들도 보였다. 모든 것이 검은 하늘 아래로 겹겹이 드리워져 있었다. 

 

 

18.05.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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