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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호베르토와 알고 지낸 것도 5년이 넘는 것 같다.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하며 일했던 호베르토는 어머님의 병환 때문에 고향인 포르탈레자로 돌아와야 했고, 어머니와 딸처럼 여기는 여자 조카와 함께 살고 있다. 어제 가게 문을 닫는데, 연식이 좀 되어보이는 차를 몰고와서 아직 오픈이냐고 물어 본다. 나는 닫았다고 하며, 어디갈꺼면 나도 끼워주라고 했다. 다른 두 명의 남자 일행이 더 있었는데, 간만에 호베르토와 야이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는 가까운 베이라마의 야시장으로 가본다. 대부분 닫고 있었지만, 아직 음식을 파는 곳이 몇 군데 있다. 호베르토는 칠레식 샌드위치를 먹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방파제 근처로 간다. 우리는 바다 바람을 맞으며 캔맥주를 마시게 되었는데,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게 덥지도 않고, 전혀 끈..
그와 마지막 아사이를 나누었다. 뭐 마지막이라고 하면 좀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느낌은 대충 그러했다. 친구, 알레한드로가 갑자기 떠나게 되었고, 언젠가 브라질에 다시 올 수도 있겠지만, 한 동안은 못 올테니까 마지막 느낌이 있긴 했던 것이다. 이제 이탈리아에 가서 그 곳에 적응해 살아야한다. 덴버에서 나고 자란 그는 큰 도시가 맞는 사람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가 길거리 곳곳에 흘러넘쳐야 한다. 다양한 국적의 음식들이 넘쳐나 그에게 늘 음식선택권의 자유를 줘야 하는 것이 절대 필요조건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가야하는 곳은 이탈리아 북부,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토리노 인근의 어느 작은 도시다. 와이프 엘리자의 처가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임신을 하게된 엘리자는 현지 의사의 충고대..
한 번 친구들을 불러서 생일 파티를 해봤다. 어떻게 아다리가 맞아서 브라질에 살지 않지만 연고가 있어 다녀가는 친구들을 여럿 초대할 수 있었다. 카이트 서핑과 모래사구에 미친 제프라는 미국에서 살았던 한국애도 초대했는데, 어쩌면 안 올거라 생각했는데, 나름 다른 시에 살고 있어 먼 거리인데도, 내 생일 파티에 와 주었다. 브라질 사람도 몇 명있긴 했지만, 주로 외국 사람이 많았다. 여기에서는 그링고라고 부른다. 외국사람을 말이다. (그링고가 나쁜 뜻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이탈리어에 그링고와 비슷한 발음의 말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일요일은 혜림이 생일 파티를 했다. 내 생일과 2달이 좀 못되게 차이가 난다. 난 11월생 ..
가게 옆집에는 집을 돌보며 평생을 살아온 두 노인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일종의 집사인데, 저택도 아니고 낡고 작은 주택에 집사부부가 산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이 들곤 했다. 두 부부중 특히 할머니는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가게를 퀭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 보기도 하고, 복실이라는 애칭을 내가 붙은 검은 털이 복실한 고양이가 우리 가게에 나타나면 그게 싫어 당장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곤했으며, 결국 복실이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오르기도 하는 등 내 눈에는 곱게 보이지 않은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오늘 결국 쫓겨나게 되었다. 옆집이 작은 건설회사에 팔리는 바람에 노부부는 결국 실직과 동시에 살던 곳에서 쫓겨나 근처 어딘가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비록 기묘한 행동으로 섬뜩한 때도 있었고 내..
우리 가게에 오는 가장 이쁜 5살짜리 아기 소피아의 부모와 논쟁이 있었다. 열띤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양측의 마음에 감정의 스파크가 튄 이야기가 오갔다. 백신의 정치화가 대화에 불을 붙였다. 소피아 부모를 포함해 다수인 백신 옹호론 자들은 백신을 안 맞는 비과학적인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으며, 그 반대편에서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은 이를 강요하는 상대를 자유의 적으로 간주한다. 건강이란 정신이 일반적인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공통의 관심사이며 그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도 대개는 일치될 수 밖에 없다. 현대인은 건강이라는 같은 목적을 향해 같은 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코로나백신에 대한 이슈에 있어서는 어떻게 서로에 대한 이해 자체가 이토록 클 ..
일요일 오후다. 혜림이와 Circulo Militar 테니스장으로 갔다. 벽대고 좀 치다가 코토로 혜림이가 가잔다. 테니스장에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는 내 기억에 오래 남을 장면이 펼쳐진다. 내가 서브를 해서 3개의 공을 네트 너머 반대편으로 보내면 혜림이가 쪼르름 달려가서 공을 내게로 던져 넘겨주었다. 우리는 한 30분이 넘도록 이러기를 계속했는데, 점점 하늘이 조금씩 어둑어둑해 지는 중에 나는 공을 넘겨주고 저는 공을 주어서 내게 던져주는 놀이를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나의 어린시절 언젠가를 떠올리게 되었는데, 내가 혜림이 만큼 작았을 때, 어떤 친구와 함께 놀기를, 엄마가 날 부를 때까지 아니면 날이 어두워져 눈 앞의 세상이 거묻거묻 해 질때까지 그저 편한 마음으로 즐거움 ..
오웬이라는 젊은 친구가 저녁에 식당을 찾았다. 틀전에 왔었는데, 저녁시간 전에 와서 6시 이후에 오라고 했더니, 결국 오늘 저녁에 온 것이다. 토요일인데도 마침 그 시간대에 손님이 없어서 이야기를 좀 나눌 수가 있었다. 브라질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자신의 취미 생활을 위해 찾았다고 했다. 뭐냐고 하니, 패러글라이딩이라 했다. 카이트서핑의 성지가 수두룩 빽빽한 이 곳에 나타나 왠 패러글라이딩? 궁금증을 유발했다. 오웬은 정말 끝내주는 곳이 세아라의 인근 주인 히우그란지두노르찌의 아수라는 곳에 있다고 했다. 그 곳에서 500km이상 비행의 기네스북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는데, 나는 여기와서 처음 이 이야기를 들어봤다는 게 좀 이상했다. 말을 듣다보니 카이트서핑처럼 잘 개발된 관광상품은 아니고 패러글라이딩..
새로산 중고차도 테스트할 겸해서 제프가 사는 곳을 찾아가 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가는 길이 험했다. 구글맵은 단거리를 알려줄 뿐 길의 상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어쩌면 관심이 있으되 수시로 바뀔지 모르는 도로 상태에 대해 선넘은 정보를 줄 수가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어쨌든 빼생에서 비포장도로를 점핑카 모드로만 한 시간 이상을 족히 가서 결국 그의 집에 닿았다. 제프는 아담한 정원이 빈티지 느낌으로 잘 꾸며진 첫 느낌에도 맘에 드는 집에 살고 있었다. 준비해온 김치와 한국 과자와 라면, 봉지커피등을 전해주니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져갔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제프와 같이 아만다가 있는 해변으로 갔다. 아만다의 가족이 아사이를 팔고 있는 해변이 었다. 우리가게에서 한 번씩 본 아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