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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꼬냐와 별이 지는 밤 본문

브라질 해변의 K-식당

마꼬냐와 별이 지는 밤

Tigre Branco 2022. 2. 9. 11:42

호베르토와 알고 지낸 것도 5년이 넘는 것 같다.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하며 일했던 호베르토는 어머님의 병환 때문에 고향인 포르탈레자로 돌아와야 했고, 어머니와 딸처럼 여기는 여자 조카와 함께 살고 있다. 어제 가게 문을 닫는데, 연식이 좀 되어보이는 차를 몰고와서 아직 오픈이냐고 물어 본다. 나는 닫았다고 하며, 어디갈꺼면 나도 끼워주라고 했다. 다른 두 명의 남자 일행이 더 있었는데, 간만에 호베르토와 야이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는 가까운 베이라마의 야시장으로 가본다. 대부분 닫고 있었지만, 아직 음식을 파는 곳이 몇 군데 있다. 호베르토는 칠레식 샌드위치를 먹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방파제 근처로 간다. 우리는 바다 바람을 맞으며 캔맥주를 마시게 되었는데,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게 덥지도 않고, 전혀 끈적임도 없는 밤 날씨가 우리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요즘 하는 일은 어떻냐고 호베르토한테 물었다. 호베르토는 약간은 부담스러운듯 하다 이내 씩 웃으며 논다고 했다. 영어 강사 급여가 형편이 없어서 그냥 논다고 했다. 팬데믹 영향도 있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했다. 학생수가 더 줄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성행하면서 대면 수업만 하던 호베르토의 상황이 녹록치 않게 되었을 것이다. 돈 들어갈 때는 많은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의 극우파 대통령, 보우소나로만 올 해 선거를 통해 바뀌면 모든 것이 나아 질 것라고 믿고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보우소나로 대통령이 연금과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함으로 정부보조의 해택을 받던 계층이 피해를 받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브라질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는 룰라가 아니라 룰라 할아버지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없는 돈을 더 풀어서 보우소나로 이전으로 돌려 놓지는 못할 것 같다. 정부가 경기가 안 좋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 모든나라가 팬데믹으로 기인한 파티를 끝내고 금리를 올리고 재정을 줄이는 이 시점에 반대로 간다는 건 잘 못하면 돌이키기 힘든 상태로 경제를 망치게 될 수도 있다. 최근의 터키의 상황에서 보듯이...(뉴요커 로미오는 올해 터키로 집을 사러 간다고 했다. 에르도안의 정책으로 촉발된 리라화 폭락 사태로 인한 외국인 투자 특수를 누리기 위해서 라면서..) 더 근본적이면서 중요한 부분은 팬데믹과 정보화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의 세상에 스스로 적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호베르토 스스로 변화 속에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정확히 나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하다. 

 

호베르토는 마꼬냐를 꺼냈다. 한 3주에 한 번찍 바람 쏘이러 나와서 같이온 친구와 한 모금씩 한다고 했다. 3주 텀이라... 담배보다도 중독성이 없다고 하는 말이 맞기는 한 모양이다.  구수한 향기와 함께 뿌연 연기가 하늘에 퍼지는데, 별이 그 사이로 보였다 말았다 했다. 생각해보니 5년 전에 호베르토는 지금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긍정적이었었다.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이전 만큼은 아니다. 워낙 밝은 사람이라서 그의 긍정적인 아우라로 주위 사람들의 기분도 좋게 만들어 주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하듯 그도 변했다. 표면적으로는 신앙이 약해진 것 같고, 정치성향도 완전 왼쪽으로 기울었고, 어려워지기만하는 경제상황을 정부의 책임으로 보고 그들을 미워하고 있었다. 마꼬냐의 짙은 연기가 그의 머리위로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01.0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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