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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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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의 K-식당

아사이 볼, 한 삽뜨다

Tigre Branco 2022. 2. 8. 05:18

그와 마지막 아사이를 나누었다. 뭐 마지막이라고 하면 좀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느낌은 대충 그러했다. 친구, 알레한드로가 갑자기 떠나게 되었고, 언젠가 브라질에 다시 올 수도 있겠지만, 한 동안은 못 올테니까 마지막 느낌이 있긴 했던 것이다. 이제 이탈리아에 가서 그 곳에 적응해 살아야한다. 덴버에서 나고 자란 그는 큰 도시가 맞는 사람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가 길거리 곳곳에 흘러넘쳐야 한다. 다양한 국적의 음식들이 넘쳐나 그에게 늘 음식선택권의 자유를 줘야 하는 것이 절대 필요조건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가야하는 곳은 이탈리아 북부,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토리노 인근의 어느 작은 도시다. 와이프 엘리자의 처가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임신을 하게된 엘리자는 현지 의사의 충고대로 코로나 태풍을 피해 사람없고 공기 좋은 그녀의 어릴적 마을에 머물게 되었다. 아마 1,2년? 최소한 쌍둥이 아기들을 낳고도 얼만큼은 이 은퇴한 이탈리아 시니어 이웃들만 가득한 마을에 함께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에게는 벌써부터 가슴이 옥죄고 사지가 결박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살던 곳이 대도시 아니면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며 돌아다니던 레바논, 팔레스타인같은 하루에도 생사를 오가며 별별일들이 다 일어나는 극한지역들이라 그에게는 다가올 미래의 장소는 말 그대로 지금 껏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인 것이다.

 

아사이 한 삽뜨고 브라질에서 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최경미가 만두 안 만드냐고 압박하는 바람에 최후의 아사이볼 만찬을 마무리하고 아쉬움을 남기고 서로를 뜨겁게 안아 주었다. 건강하고 가끔 좋은 소식 전하자. 알레한드로, 스페인어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멕시코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너. 좋은 다큐멘터리 많이 만들고, 언젠가 넷플릭스에서 니 이름 그리고 니 얼굴 자주 보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14.0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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