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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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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의 K-식당

Pirata-1

Tigre Branco 2022. 5. 12. 12:07

50살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 스웨덴 절대 동안, 얼짱 몸짱 펠레 형이 다른 스웨덴 친구들을 자꾸 데리고 온다. 우리 치킨 자랑을 얼마나 했는지, 다른 친구들도 모두 양념치킨만 시키느라 형과 친구들만 오면 주방에 치킨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저께는 두 명의 스웨덴 친구들과 같이 왔는데, 바로 그 날이 브라질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아쉬운 마지막 밤에 어디에 갈 거냐고 궁금해서 물어 보았는데, 혹시 코로나 양성 검사 때문에 숙소에 머물 거라는 답변을 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피라타에 갈거라고 했다.

 

그 유명한 피라타... 하필 그 날은 월요일이지 안았던가? 피라타는 해적이라는 뜻으로 해적의 컨셉으로 꾸며진 바bar 겸 항상 공연이 있는 옥외 공연장이다. 주로 브라질과 유럽의 관광객이 많이 가는데, 자기들 말로는 월요일에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바라는 허세 광고도 손님 몰이를 하는데 한 몫을 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 말이 맞을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는데, 대부분 바들이 월요일에 아마 닫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자기 혼자 열려있으면 최고의 바라는 말이 성립된다. 인간적으로 그 무모한 허세를 확줄이고 이 지역구까지로 하는 걸로 제한하면,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지는 않아도 이 포르탈레자에서는 아마 확실할 것이다. 내가 재미있겠다고 했더니, 펠레 형이 나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처음보는데 날 좋게 봐줘서인지, 잘 놀게 생겨서인지 다른 친구들분도 같이가자고 하길래, 와이프만 허락하면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두 친구들이 내일 출국인데 코로나 테스트 때문에 괜찮겠냐고 물으니, 그 사람들은 걱정없다며 양성이 나오면 포르탈레자에서 일주일 더 휴가를 보낼 거라고 했다. 그 표정을 보니 진심으로 보였고, 제발 코로나 무증상자로 당첨되는 작은 행운이 자신들에게 찾아왔으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가만 보자보자하니 처음 본 사람인줄 알았던 펠레형의 친구 중 한 사람은 분명히 기억은 나지 안았지만, 구면인 사람인 것 같았다. 서로 신상털기를 잠깐 하다보니 왠걸, 3년 전에 이제는 전설이된 백페커들의 성지, 풀세일 호스텔이 영업중이던 시절에 거기서 어느 날 밤에 나를 우연히 만나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혼자 여행을 오다보니 심심해 배낭여행자들을 만나볼 심산으로 풀세일에 묵었었고, 같은 이유로 놀러 갔던 나를 만나 묵혀둔 수다를 떨며 회포를 함께 풀었던 것이다. 안면 인식 능력이 뛰어난 편인 내게 아무래도 익숙치 않은 그 얼굴이라 심증은 가되 물증이 없는 상황일 때, 이 분께서 나랑 이야기한 그 때가 좋았던지 아직도 고이 저장된 내 Whatsapp 계정을 내게 들이밀자 나의 어리석은 의구심은 사라지고, 우리의 관계는 구름 한점없는 정오의 땡볕에 노출된 저 하늘 마냥 맑고 찬란해졌다. 

 

저녁이 되어 가게를 닫고, 의도치는 안았지만, 무의식의 2층 다락방의 후미진 곳에서 깊은 향기를 풍기며 발효되고 있던 우정의 기념 파티를 위해 피라타에 우버를 타고 갔다. 나는 대충 근처에서 내려서 그 사람들이 있을 만한 곳을 두리번 거렸다. 아 저기!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역시 예상대로 뻥 뚤린 곳에 가로등 불이 세게 비취는 목이 좋은 동그란 야자수 화단에 둘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발견하기 쉬운 곳에 앉아서 파티 생각에 마르는 입을 축이며 편하게 눈을 여기저기로 돌리며 지나가는 관광객들과 노점상인들을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40이 가까운 나이들이다보니 접선장소, 사람을 만나는 지점을 선정하는 곳에 탁월했다. 가면 비싸다고 까이피링야 마라쿠자든 걸로 한 나씩 만들어서 피라타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펠레형은 안 보여서 언제 오냐고 물으니, 그 형이 저녁잠에 빠져 있다며 이제 나이가 50이라 옛날 같지 않다고 해서 크게 뿜었다. 나는 피라타에 와본지 한 3년 만인 것 같았다. 누구와 와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이 곳도 오래 문을 닫았었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니 이전만큼은 아니라도 많은 손님들이 피라타의 곳곳을 메우고 있었고. 스테이지에는 근육질 총각들과 한 허벅지하는 여자 무용수들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우리는 11시반에 들어갔고, 3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했다. 

 

화장실을 간다 어쩐다 해서 3명이 흩어졌는데, 꽤 넓은 오픈 바를 몇 바퀴를 돌아서 그들이 날 부르는 손짓을 찾았다. 바에서 착하게도 코코넛을 마시고 있었는데, 실상은 브라질 여자들에게 착하게 보이려는 수작이라고 했다. 두 사람이 필리핀에 갔을 때, 배운 이 방법은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고 그냥 코코넛을 조금 마시고 흰색 럼을 그 안에 채워서 칵테일을 먹는 것이다. 이 곳 여자들이 코코넛을 마시는 남자를 좋게 보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코코넛 칵테일을 만들어 놓았길래 마셔 보았다. 그냥 코코넛수 맛인데, 끝맛에 럼향이 강하게 올라왔다.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성의가 있어서 그냥 괜찮다고 했다. 자기들은 금새 하나 다 먹고 나도 하나 더 먹어라고 하길래, 깜짝 놀라 아직 많다며, 너무 맛있어서 음미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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