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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구름이 만나는 것이 보인다. 내 베란다 원탁 위에서 또 고개들면 저 앞의 하늘에서 구름이 만나는 건 키스일까? 구름이 만나는 건 섹스일까? 구름이 만나는 건 무아일까? 내가 그 숙으로 들어가련다. 비밀스런 공간 안에 들면 온갖 형이상학적 보석들이 신비로운 색들을 뿜어내고 있다. 영원의 빛을. 02.03.2020
마음의 때와 육신의 때가 나와 이곳을 하늘로 덮다. 시작과 마지막이 없는 곳 말없는 번민이 소용돌이 친다. 이 곳에 어두움이 내리면 가련히 풀이 죽은 생명에게 잿빛의 독의 꽃이 피어난다. 그의 몸은 고대의 신이라 (수만년 번뇌에 녹아내린 이슬) 23.02.2020
비가 오전부터 주룩주룩 내린다. 멀직이 공사장 주위로 패인 웅덩이, 어떤 개구리가 꾸룩꾸룩 울고 있다. 어떻게 내귀에 그 설움이 들리는가. 세상에 나를 알아 주는 이 없네. 나의 삶은 작고 초라한 것이네. 영웅들의 대서사시가 펼쳐지고, 천재들의 철학의향연이 열려도, 나에게는 저 개구리 소년 밖이네. 나랑 너무도 닮은 그 처량한 울음. 27.01.2019
바람은 돌고 돌아 내 어깨에 앉았다. 오늘의 내가 있는 곳으로 나렸다. 슬픔이 낙옆이 되어 지천에 쌓이다. 나의 삶에는 작은 변화도 없다. 세상 그저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다. 내가 변한 것이라고도 하지 말라. 시간이 지났다 같은, 말하지 말라. 같은 달을 본다. 같은 해를 본다. 바람은 돌고 돌아 저 언덕에 가만히 분분히 흐트러지는 벗꽃이어라. 23.11.2019
눈을 감고 뜨고, 어렴풋이 보이던 그의 침실로 들어 갑니다. 그 속에는 찬 바람이 불고 슬프게 찬 몸뚱아리가 있습니다. 가만히 한 편에 구석에 자리잡고 그를 바라 보았습니다. 떨고 있는 그는, 목구멍으로 실날같은 소리를 토해냅니다. 행복... 행복... 행복... 없다... 없다... 없다... 행복 없다. 08.10.2019 - 행복 추구를 위해 사는 것이라는 것은 신기루다. 행복이란 신기루이기 때문이다.
나의 영혼은 너의 끝에 걸려있다. 생의 공기를 맡으며 허공에 떠 있다. 아래의 내 발 아래는 칡흙같이 검다. 언젠가부터 맘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바늘이 부러지는 때에 대해서. 구부러진 바늘이 부러지지 않을 거라 믿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영혼은 참 안식을 얻는다. 06.09.2019
가슴이 벅차지 않는다. 아니, 그 곳에 있던 내가 씁쓸하기만 하다. 억지로 끌려 간 것처럼 씁쓸하기만 했다. 천하게 보이는데, 니가 천한지, 내눈이 천한지. 널 봐서 내 눈이 천해진 건지. 포르마투라랑 포르탈, 그리고 상가 주인들. 그들의 천박한 모습들. 29.07.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