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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자유의 바람은 거칠 것 없이 마음에서 흐른다. 영혼의 묵시는 신비의 동굴 속, 고요의 촛불을 밝히고. 가랑비처럼 적시는 달 빛에 드러난 고귀한 동물들. 불꽃은 밀납같은 나의 껍질을 녹이고, 또렸히 비추인 숨죽인 내면. 7.5.2020
잔잔한 파도가 내 앞에 펼쳐지다. 해변의 끝자락에 앉아 다가오는 널 본다. 천천히 그리고 끝없이 파도는 내 가슴을 적신다. 마치 매일의 삶이 그렇게 내게 다가온 것 처럼. 2021
진실을 발견한다는 것, 진지함이 묻어났다는 것이니라. 그 정도가 얼마인지를 진지하게 따지지는 말자. 그게 너의 하루를 너의 존재를 삶의 의미를 말하지 않는가. 그리고 니가 발붙이고 있는 이곳을 그저 바라보자. 바라보되 고개를 숙이자. 하늘을 향하여 머리는 땅을 바라보자. 흐르지 않는 듯, 흐르는 세상 그리고 시간. 유한한 듯, 무한한듯, 영롱한 너란 존재의 푸르름. 2021
피곤한 하루가 하루의 끝자락에 놓였다. 스러지는 차 소리만 검은 세상을 가득 채우네. 내 맘에 남은 곳. 하루를 함께 떠나 보내네. 2020
살아있는 동안에 할 일이 있다는 말. 사랑으로 밝게 세상을 비추리라는 다짐. 눈감아 곱씹는다. 그 이상 것은 없다. 눈 씻고 찾아도 전혀 없다. 23.12.2020
다 타버리고, 남은 것은 무엇이냐. 뼛조각이냐 알 수 없도다. 오늘은 어제처럼 푸르른 살점들의 축제일 뿐. 거리를 걸어도 알 수 없도다. 아이들의 미소만 보내. 그 아이들이 이제 곧 어그러질 인생, 니가 선택한 길. 알 수 없도다. 22.12.2020
한 자를 눌러쓴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쓴다. 나약함도 부족함도 다 버리고, 바닥에 새기듯 맘을 쓴다. 지난 순간들이 멍에가 되었다. 나를 두렵게하고 내가 아니게 하였다. 신은 나를 새롭게하신 자비로운 자라. 늘 새로운 나, 오늘의 내가 되게 하셨도다. 숨 사이로 스쳐나가는 영혼의 온기에 내 생명의 기운이여, 그대는 온전하구나. 어느 따듯한 날, 정원을 거닐던 나, 알함브라의 한 구석 오래된 그늘에 서다. 22.12.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