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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한 자를 눌러쓴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쓴다. 나약함도 부족함도 다 버리고, 바닥에 새기듯 맘을 쓴다. 지난 순간들이 멍에가 되었다. 나를 두렵게하고 내가 아니게 하였다. 신은 나를 새롭게하신 자비로운 자라. 늘 새로운 나, 오늘의 내가 되게 하셨도다. 숨 사이로 스쳐나가는 영혼의 온기에 내 생명의 기운이여, 그대는 온전하구나. 어느 따듯한 날, 정원을 거닐던 나, 알함브라의 한 구석 오래된 그늘에 서다. 22.12.2020
어떠한 짐승도 신을 찾지 않는다. 끝없는 밤. 나는 엎드리고, 마음을 모으고 신을 우러르며 오롯히 켜지는 맘의 촛불 하나 내 안의 존재는 더 없이 선명하다. 나는 더 없이 분명한 자로써의 나. 생각하고 간절해지며 맘 속이 젖어감을 느끼고. 나를 만난다. 신은 항상 그 곳에. 나는 만난다. 2020
숫자와 문자가 날 옥죄어온다. 구조라는 틀 속에서 암호같은 너희들, 암호인 너희들이 내 자연을 파괴한다. 나는 너희가 정의할 수 없고, 나는 너희로 정의되지 않는다. 존재일 뿐이다. 문자와 숫자가 멋적을 만큼 그저 자연스러운 나. 나는 그저 존재.
상상하는 나에대한 폭력에 대한 항변, 없다는 것만 없는 것인가? 있다는 것만 있는 것인가? 시각이라는 것, 감각이라는 것. 인식이라는 것. 너무 제한 적인 것임에는 의심이 없다. 그 제한을 넘자 세상은 나를 폭발시키려 든다. 내 상상은 감각을 넘지 못하는 가? 신 나의 아버지라는 느낌은 영혼의 감각인가? 인식의 폭발 너머의 실존인가? 2020.
하늘 위로 날았다. 구름 위로 올랐다. 창백할 줄 알았던 살깥이 곱디곱은 하양 솜사탕이어라. 내 눈시울 가로 맑은 바람 한 줄기 스치고, 내 멍울진 가슴, 빛 줄기 가만히 다독이네. 생명은 추억의 조각을 이어 붙힌 영원한 영화 하늘에서 온 생명이여 하늘에 핀 꽃이여 내 가슴에 고이고이 머무소서. 2020
밝은 날. 빛이 내 눈에 알알이 박힌듯 들어옵니다. 하지만 청동거울 같은 내맘에 닿자 튕겨 나갑니다. 내 맘은, 그래서 어둡습니다. 늘 그렀습니다. 어느 어두운 밤 뒷 골목을 서성이다 주저 앉습니다. 차갑게 조각이 난 달님보며, '친구님' 하였습니다. 저 호수 건너편 행복한 사람들. 제 몸을 불살라서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희생의 빛 그 곳에선 시체의 잿더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밝아서 모두의 눈이 빛에 멀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아름다운 곳에 있는 나. 휘파람이 산들바람타고 하늘 위로 날았습니다. 2020
기억이 넘어 저 멀리 날아간다. 내게 이야기 하였다. 나의 추억에 대해서 속삭이듯 떠나며. 나의 모든 추억은 기억은 흐르는 강물과도 같은 것. 이미 흘러간 나의 이야기는 유유히 나의 고난과, 나의 영광과, 나의 흥분과, 나의 덧없음과 함께 그렇게 흘러간다. 그 누가 미치지 않은 자인 것인가? 이를 모른다면 미친 자이거나 삶을 포기한 자 뿐이라. 만지고자 하여도, 널 안아주려 하여도, 넌 떠났을 뿐이라. 영광과 사랑의 광휘는 그 날 너에게 족한 것 뿐이었으리. 19.09.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