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실재하는 존재로써의 회상 (feat. 혜림이와 테니스장) 본문

브라질 해변의 K-식당

실재하는 존재로써의 회상 (feat. 혜림이와 테니스장)

Tigre Branco 2022. 2. 8. 04:23

일요일 오후다.

 

혜림이와 Circulo Militar 테니스장으로 갔다. 벽대고 좀 치다가 코토로 혜림이가 가잔다. 테니스장에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는 내 기억에 오래 남을 장면이 펼쳐진다. 

내가 서브를 해서 3개의 공을 네트 너머 반대편으로 보내면 혜림이가 쪼르름 달려가서 공을 내게로 던져 넘겨주었다. 우리는 한 30분이 넘도록 이러기를 계속했는데, 점점 하늘이 조금씩 어둑어둑해 지는 중에 나는 공을 넘겨주고 저는 공을 주어서 내게 던져주는 놀이를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나의 어린시절 언젠가를 떠올리게 되었는데, 내가 혜림이 만큼 작았을 때, 어떤 친구와 함께 놀기를, 엄마가 날 부를 때까지 아니면 날이 어두워져 눈 앞의 세상이 거묻거묻 해 질때까지 그저 편한 마음으로 즐거움 마음으로 하던 것이 문득 떠올랐고, 그 때의 느낌마저 그로 부터 30년도 더 지난 오늘의 나에게서 되살아 난 것이다. 

 

그 때의 평온함, 수행의 그 것으로 부터 오는 것이 아닌, 다른 차원의 무상 그리고 무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어떤 감격이 내 몸에 아직 남은 어린 세포에 대한 기억을 선명하게 깨우고 있었다. 

 

 

12.12.2021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