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키아누리브스 #산드라블록 #시뮬라시옹 #장자 #호접지몽
- 길복순 #약육강식 #아킬레스건
- 뉴칼레도니아 #니켈 #전기자동차베터리 #베이징회담 #중국과러시아
- 지미카터 #조바이든 #자말카쇼지 #MBS
- 에드워드리 #흑백요리사
- 포르탈레자 #긴머리총각 #댄서
- Roe v Wade
- 판타나우 #pantanal
- 보우소나로 #룰라 #브라질대선
- 아시아인차별 #미국대학입학 #유대인
- 통일교 #아베 #재일교포
- 베네수엘라 #난민 #주기도문
- 엘리자베스2세 #영연방 #commonwealth #elizabeth
- 비트겐슈타인 #키에르케고르
- 고양이 #뒷마당 #고양이새끼
- 아브라함과롯
- 오징어게임 #황동혁 #이정재
- 남미여행블로그
- 피규링야 #worldcupsticker #브라질 #아르헨티나 #카타르월드컵
- 한국인 #민족주의 #신채호
- 심장박동기 #페이스메이커 #테니스
- 일주일 #일주일휴가
- 아르헨티나상식 #ChatGPT
- Alexandria Ocasio-Cortez #낙태
- 독일사진사 #포르탈레자
- 무어인 #알함브라 #세빌라 #그라나다
- 자밀카쇼지 #바이든 #GCC #인플레이션
- Carnaval #카니발
- 유일한 축복
- 인생그리고여행
- Today
- Total
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날 미행한 자의 정체 본문
음산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비가 내리는 날도 아니었고, 달도 가로등도 여느 때 같던 그 날에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랬다.
그런데 그가 나타났다. 그는 그냥 닫힌 가게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다짜고짜 종이와 볼펜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내게 원하는 것을 적어 내려갔다.
'화장실을 좀 쓰고 싶습니다. 난 농아인입니다'.
왠지 좋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농아인이고 해서 친절함을 조금 더 해 그러시라고 길을 안내 했다. 화장실을 오래 쓰는 걸 보니 넘버 2 인가 보다. 한참 뒤 그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뜬금없이 수업는 질문 공세를 퍼붙기 시작했다. 가게에 대해 나에 대해. 그에에 억누르지 못할 궁금증의 샘이 터져 폭포수 같이 쏟아졌다.
겨우 그를 웃음으로 몰아낸 뒤애 가게를 마무리 하는데, 뭔가 서늘한 기분이 들어 밖을 보니 그 녀석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 보고 있었다. 내 시선을 피하려고 하지만, 바깥의 사각지대에서 숨어서 가게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이건 아니구나 싶어 빨리 가게를 정리하고 나갔다. 그녀석이 뭔가를 또 물어 보려고 했다. 가게가 몇 년 되었냐는 질문이었다 그냥 질문을 이어 가려고 하는구나. 퍼레이드가 열렸구나 하고 냅다 버릴 쓰레기를 들고 그냥 떠났다.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녀석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나는 왠지 나를 따라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집 반대 방향인 빵지아수까 슈퍼마켓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집에 전화를 했다. 우리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던 아내가 그 사람이 나를 뒤 쫒고 있다고 했다. 난 재빨리 빵지아수까로 숨어 들었다. 그리고 그 녀석이 이 안으로 들어왔는 지를 몰라 두리번 거리다 결국 아내의 생각대로 아내의 차를 타고 이 곳을 빠져 나가기로 했다.
아내가 이윽코 슈퍼의 지하주차장으로 왔고, 난 차를 타고 이 곳을 탈출했다. 그런데 아내 왈, 그 녀석을 봤다는 것이다. 슈퍼의 정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는 것이다. 잰장 난 섬뜩한 기운이 등허리를 타고 내렸다. 대화를 나누며 유도와 주지수, 복싱을 하느냐고 물어보던 것이 기억이 났다. 확실히 위험한 상황인가 싶었다. 그 동안 7년 동안 어떤 시비없이 무사하게 날 지켜주신 모든 분과 위에 계신 분께 감사드리며 하루를 마쳤다.
그리고 오늘,
그 인간이 낮에 나타났다. 내가 아는 늙은 변호사 양반과 또 한 양복을 입은 노신사와 함께. 그 노신사는 신기하게도 그 녀석과 수화로 대화를 했다. 난 놀란 마음을 억누르고 물어보았다. 혹시.. 가족?? 그 분은 웃으며, 그래요 내 아들이요 라고 했다. 알고보니 노신사는 그 녀석의 아버지고, 좋은 인상과 풍채를 가진 왠지 사람 좋아 보이는 변호사였다.
그리고 그 날 밤 날 미행한 자는 그저 순진하고, 평범해보이는 그저 아버지의 말을 잘 듣고, 나한테 했듯이 아버지를 귀찮토록 말을 시키는 한 농아인 아들이었던 것이다. 저리 쉬지도 않고 손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을 법한데 아버지가 시종일관 아들에게 눈을 때지 않고, 한 마디 한 마디 수화로 대답해주는 모습이 그저 보기 좋고 흐뭇했다.
이 것이 어제 밤 날 끈질기게 미행한 자의 정체이자 또 하나 알게된 그의 소중한 아버지의 정체 였다.
27. 08. 2021
'브라질 해변의 K-식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러글라이더의 바람 (0) | 2022.02.08 |
---|---|
빠라꾸루 12시간 여행기 (0) | 2022.02.08 |
델타와 다시 온라인 (0) | 2022.02.08 |
선입견을 이기는 경험하기 (0) | 2022.02.08 |
두 이야기의 진실은 무얼까? (0) | 2022.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