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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선입견을 이기는 경험하기 본문
혜림이가 원한 것이 있었다. 방학이 되어 가족들이 여행을 가는 것이다. 가족여행을 매년 갔지만, 주로 식당의 비수기에 맞추어 갔던 까닭에, 반대로 성수기인 혜림이의 방학에 여행을 간 적이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 혜림이 엄마가 낸 아이디어대로 요한이의 가족과 같이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고 요한이 가족도 같은 마음을 냈다.
이제 1박2일의 여행을 다녀온 뒤다. 저녁이고, 두 사람은 피곤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요한이의 가족은 선교사 가족이다. 선교사 가족이라고 한 것은 부모님이 선교사 시고, 그 부모님의 상황 따라 그 자녀들도 선교사가 되는 것이다. 의도 않아도 선교지에서 살아가는 것 만으로, 혹은 부모의 일을 어떻게든 돕게 되는 것 만으로도 이미 선교의 일부에 동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대기업의 자녀들이 기업을 운영하며 격는 풍파를 같이 격어 낼 수 밖에 없고, 대기업 가족으로 불릴만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많은 대기업의 오너가 기를 쓰고 자녀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넘기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고작 1박2일의 시간이었지만, 첫날의 점심 때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또 다음 날 이른 시간부터 정오에 헤어지기 까지 거의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누었다. 꽤 긴시간을 함께 보낸 느낌이 들만치. 그 가족의 선교사역, 곧 대상이 되는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금의 코로나 상황이 아이들의 학업에 어떤 어려움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한 편으로는 코로나 이전 부터 그 학업이라는 것이 이미 그들에게는 먼나라의 이야기이자 자기 세계에서는 의미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곳 학생들이 기후적,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학업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나태하다는 나의 판단은 틀린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의 눈과 관찰로 검증된 사실이라는 것은 진실과는 다른 나의 선입견과 약간의 판단이 만들어 내는 사실의 타당성에 있어서는 밑도 끝도 없는 것, 헛점 투성이의 몹쓸 것이었던 것이다.
혜림이와 언젠가 긴 여행을 갈 수 있지 않을까? 헛점 투성이인 내 사실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실을 보탤 수만 있다면, 적어도 내게 숨이 붙어있는 한,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지 않냐는 본능적인 당위성이 내 머리에서 등줄기와 가슴팍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더 이상의 것이,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그 이상의 것이 없다.
그래서 바라는 것이며, 20년을 한국에서 다른 20년을 그 밖에서 살아온 나의 그 선입견과 약간의 판단이 오늘 내게 드리우는 메시지이다.
28.0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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