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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빠라꾸루 12시간 여행기 본문

브라질 해변의 K-식당

빠라꾸루 12시간 여행기

Tigre Branco 2022. 2. 8. 04:10

새로산 중고차도 테스트할 겸해서 제프가 사는 곳을 찾아가 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가는 길이 험했다. 구글맵은 단거리를 알려줄 뿐 길의 상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어쩌면 관심이 있으되 수시로 바뀔지 모르는 도로 상태에 대해 선넘은 정보를 줄 수가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어쨌든 빼생에서 비포장도로를 점핑카 모드로만 한 시간 이상을 족히 가서 결국 그의 집에 닿았다. 제프는 아담한 정원이 빈티지 느낌으로 잘 꾸며진 첫 느낌에도 맘에 드는 집에 살고 있었다.

 

준비해온 김치와 한국 과자와 라면, 봉지커피등을 전해주니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져갔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제프와 같이 아만다가 있는 해변으로 갔다. 아만다의 가족이 아사이를 팔고 있는 해변이 었다. 우리가게에서 한 번씩 본 아만다의 언니와 여동생이 작은 목재로된 조그만 부스에서 아사이를 팔고 있었다. 나는 청량한 아사이 볼을 하나 시켜서 먹고, 제프와 아만다 그리고 해변에 있던 그 가족과 친구들이 빠라꾸루의 사구로 갔다.

 

렝소이스지빠라꾸루 라고 불리는 곳이다. 우리는 그의 하이룩스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사구의 경사면을 타고 올랐다. 그러자 저 편의 다른 사람이 우리를 세우며 이야기한다. 경찰이 저기있어. 조심하라구! 최근에 더 이상 일반 차랑이 모래언덕을 오르는 것이 금지되었던 것이다. 부기차량으로만 주행이 가능해졌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서 걸어서 언덕들을 오르기로 했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 다소 굳어있었는데, 혼자 떨어 질 수 없어서 그들이 하는데로 같이 모래언덕을 올랐다. 저 멀리 보이는 언덕으로 먼저 오르는 것 놀이를 했는데 이제 뜨거웠던 하루를 끝내고 고즈넉하게 사라지려는 빠알간색의 태양이 수 많은 모래 언덕들을 그의 따듯한 빛으로 불들이는 게 보였다. 이 분위기에 심취한 걸까? 제프의 친구들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제 나름의 감동이 전율이 되고 춤에 그 열정이 묻어났다.

 

우리는 모래 언덕에서 내려와 작은 해변가에 자리잡은 노천바에 갔다. 야자수를 마시며, 그저 평화로운 주말의 밤을 편안히 흘려보냈다. 이 작은 마을에서는 좀 알려졌을 듯한 둥글둥글한 몸매의 여가수가 라이브로 어느 포호를 노래하고 있었다. 우리는 슈하스코 식당을 찾아 갔는데,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잘 준비되고 서빙되는 슈하스코 식당이 아니라, 종류대로 시키면 하나에 5헤알씩해서 가져다주는 꼬치집이 었다. 숯불에 구우니 슈하스코인 것은 맞았다. 우리는 맛있게 먹고, 각자의 집으로 해어졌다. 오래된 마을에 정리되지 않은 길들을 따라 자기가 머무는 곳을 찾는 것은 현지 사람이 아니면 어려울 듯했다. 나는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는데, 하이룩스 짐칸에서 떠드느라 신난 그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그의 집에 도착하면 차에서 사라졌다.

 

밤이 늦어 제프의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제프의 집은 아니고, 그가 머무는 포사다였는데, 집주인 마리오가 선뜻 방 하나를 내어 줬다. 그 것도 공짜로. 사실 그 방에 사는 스위스 손님이 있는데, 그 밤에 돌아오지 않는 관계로 양해를 구하고 그 방에서 자기로 한 것이다. 침대가 3개 있었는데, 그녀가 쓰지 않는 침대에 내가 자면 된다고 했다. 방을 지저분하게 쓰는 타입이라 빈 침대가 없었는데, 그래도 제일 물건이 작게 올라있는 작은 침대에서 자기로 마음 먹고 널부러진 반바지와 옷가지를 그녀가 쓴다고 하는 침대 위로 살짝 올려 뒀다. 그러다 난생처음 딜도를 보게 되었는데, 유럽여자들은 이 걸로 성욕을 푸는 게 일반적인가 싶었다. 살짝 집어서 큰 침대위에 던져두고, 짧은 여행 중에 쉼을 청했다. 카이트서핑 지역인 만큼 쉴새없는 바람소리에 정신이 멍했는데, 플라스틱으로 된 천장이 쉴새없이 삐꺽대기까지해 오싹한 기분이 여러번 들었다. 아까 복도를 지나면서 본 오래된 여자아이의 사진이 눈앞에 아른거리기까지 하니 잠이 들다가도 섬뜩한 기분에 정신이 번쩍들기도했다. 게다가 내 주위에서 모기까지 미친듯이 야간 비행을 해대는 탓에 왠만하면 빨리 포르탈레자로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반수면 상태를 조기 종료하고 4시에 일어나서 포르탈레자로 떠났다.

 

이렇게 잠시 지난 주말에 12시간의 여행을 생각나는대로 적었다. 그리고 기억에 가장 남는 건, 제프와 그 친구들이었다. 허울없이, 염려없이 아이들같이 가까운 삶의 계획만 바라보고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반대편에는 조심스럽고, 이익을 잘 따지며, 은퇴 이후 심지어 100세까지의 계획까지도 다 세우며 어른스럽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와, 어쩌면 미국에서 온 지 8개월이 된 제프도 역시 그 두 극단의 부류의 어느 가운데 쯤의 좌표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우유부단한 것일까? 중용을 지키며 사는 것일까? 무엇이 옳든 다홍빛으로 짙게 물든 모래 언덕에서 그들의 전율이 담아 추던 그들의 춤이 내 마음에 따듯하고 아스라한 좋은 느낌의 기억으로 자리를 잡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짧은 여행의 수확이다. 기술 문명의 이기로 또 고도화된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그것들을 향유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은 아마 결코 얻을 수 없을 반대쪽에 위치한 부류의 가치일 것이다.

 

 

2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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