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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드디어 최초의 케이팝 공연이 포르탈레자에서 열렸다. 사실 여기에 케이팝 공연이 있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케이팝이 이 지역에도 십대를 대상으로 유명세를 타고는 있지만, 대중음악의 공연을 하기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수익성이기 때문이다. 과연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 곳의 팬들이 공연의 입장권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을 줄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도 용감하신 Story Event의 줄리아김 씨가 블랑세븐이라는 팀의 포르탈레자 공연을 선구자적인 마인드로 런칭을 하신 것이다 결과는 의미있는 실패! 300명의 관객 밖에 모을 수 없어 수익성 면에서 그냥 적자인 공연을 하고 말았다. 본인이 위안으로 삼는 것은 포르탈레자 및 북동부 지역에서의 공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는 것인데, 브..
브라질이 커피와 카카오의 플랜테이션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저널리스트, 다니엘은 살바도르 출신으로 잠시 포르탈레자에 출장을 와있었다. 채식주의자로서는 드물게 대식가 인데, 우리 식당에서 한 번에 몇 번을 와서 전체 부터 메인 식사까지 곱배기로 먹었다. 말끔한 외모에 마른 체형의 큰 키, 검은 정장이 잘 어울리는 그는 하얀피부와 잘 기른 짙은 콧수염으로 느와르풍의 클래식한 그의 고상함을 완성했다. 금요일 저녁에 나는 일을 마치고 그가 머무르는 호텔 근처의 라이브 재즈 까페에서 만났다. 그런데 다니엘은 그의 카리스마있는 정장 대신에 반팔 라운드 티를 입고 나왔고, 희안하게도 이제는 그의 고상한 매력은 없고 대신 플랜테이션 농장 출신으..
어쩌다 보면 내가 왜 이 곳에 있는지 이 곳에서 뭐하고 있는 지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어제 밤에 스웨덴 친구 요나스와 주유소 편의점에 앉아 나눈 대화가 내가 왜 브라질에 살고 있냐였다. 나는 요나스에게 아마 내가 브라질의 매력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가장 큰 매력은 보편적으로 통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빠져 있는 그 매력이란 불확실성이다. 최근의 예를 들어 지난 주 토요일에 식당에 와보니 부엌의 유일한 환기구인 부엌문 앞에 큰 벽이 생겨 있었다. 사실이다. 전에 부동산 직원 빅토가 와서 식당 문앞에 담을 쌓을 거라고 했고 그래서 내가 뭔소리냐 생각을 해봐라 말이 되냐 라고 했고, 빅토도 주인의 멍청한 생각일 뿐이다 라고 했는데 아침에 와보니 벽돌과 방금 쌓아 아직 말랑한 시멘트 콘크리..
오늘도 까마롱 선생이 납시었다. 우리 식당의 VVIP이시다. 작년 어느 날부터, 한 주에 3회를 오시던 그 분의 케이밥을 향한 일편단심은 올해도 변함없이 참 민들레이시다. 혼자 오시면(일주에 한 두번은 아들 내외와 같이 온다) 몇 번 빼고 항상 김치와 까마롱(새우) 김밥 6 피스를 시키시는데, 일관된 까마롱 김밥 주문에 그의 호칭을 망설임 없이 결정했고, 내 주위에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도, 그를 까마롱씨라고 부른다. 어제 나는 까마롱을 사러 어시장을 갔는데, 그 곳에서도 까마롱 선생께서 까마롱을 사고 계셨다. 까마롱이 콜레스테롤이 많아 어르신께는 추천 음식이 아니라 말하고 싶은데, 당신이 그렇게 좋아해서 평생을 드신 걸 인생 애송이가 간섭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아 겸허히 주둥이를 닫았다. 까마롱 선..
동준이와 편하게 부르기로 했다. 나이가 같고, 어느 정도 서로 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만큼 친해질 기회가 없었는데, 콜롬비아로 가려던 계획이 어처구니없게도 공항에서 황열병 비접종을 이유로 무산되어 버려서 어제 밤에 같이 달리며 좀 더 편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이 녀석은 키가 나보다 많이 큰데,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가장 큰 것 같다. 웃긴 건 하승진 선수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웬 가슴이 자신앞에 보여서 상당히 당황했었단다. 그 인생의 첫 경험이었단다. 동준이가 포르탈레자에 온 이유는 웃기게도 다른 많은 한국 여행자들이 이곳을 온 이유와 같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시간을 내서 와보고 싶었던 먼 곳으로 온 것이었다. 이 곳은 진정 일자리를 박차고 나온 한국인의..
마지막 손님이 었다. 스페인에 산지 44년이 되는 브라질 사람이다. 정확히 일본계 브라질인이다. 몇 일전에 본 뉴스가 생각이나서, 까딸루냐 사람들이 독립을 위한 투표를 원하는냐고 물었다. 그 분 말로는 투표를 다수가 원하고 있으며, 현재 분위기는 지금까지 온 중에서 가장 격렬하다고 말했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인 것은 언론 매체가 전하고 있지만, 실지로 사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보니 더 그런 것 같았다. 일단 언어 자체가 차이가 나니 더 일체감이 없다고 했다. 브라질은 나라가 크지만 포르투갈어를 북에서 최남단까지 다 쓰지 안냐고 하면서, 언어에서 오는 이질감이 강하다고 했다. 이해가간다. 한일합방 후에 일본어를 조선의 많은 사람들이 배우고 썼겠지만, 외국어는 외국어인 것이니까. 시간이 지나 현재에 이르러서..
에콰도르 출신의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하러 이 곳에 왔다. 한 달 프로그램으로 스페인어와 영어를 가르쳐주는 일이었다고 한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자원봉사를 했던 때가 떠올랐다. 머리만이 아니라 몸으로 마음이 따르는 행동과 진심이 있는 봉사, 그 봉사의 실천은 늘 그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곤했다. (몸으로 직접 경험하여 얻는 것은 무엇이든 많은 느낌을 내게 남겨왔다) 다음달에 휴가를 가려고 한다. 이 번 휴가의 시간에 자원봉사를 계획해야 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우리 혜림이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나이이지만, 세상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이때에 인생을 배우는 수업의 교양과목으로 딱 좋을 것 같다. 봉사를 통해 평소에 만나기 힘든 사회의 구성원들과의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서로간의..
알리는 근 일년만에 중국에서 돌아왔다. 처음 알게된 건, 포르탈레자 출신인 여자친구와 우리식당을 찾으면서이다. 한국인과 이 곳출신 현지인 간의 커플이라 관심이 갔던터라, 중국에 있을 때도 가끔 페이스북으로 안부를 묻고는 했다. 이번에 와서는 아무래도 중국에 여자친구가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아서, 캐나다 영주권 자격도 유지할 겸해서 캐나다에 가서 몇년간 살려고 한다고 했다. 금번에는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일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하였다. 맥주를 한 잔씩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알리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알리라는 이름이 먼저 궁금했는데, 나의 추측과는 다르게 이슬람교도는 아니고, 그냥 본인의 순한글 이름이 너무 길어서 알리라고 다들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우연인지 몰라도 중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