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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브라질의 매력, 그 이유같지 않은 이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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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매력, 그 이유같지 않은 이유.

Tigre Branco 2022. 1. 21. 05:02

어쩌다 보면 내가 왜 이 곳에 있는지 이 곳에서 뭐하고 있는 지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어제 밤에 스웨덴 친구 요나스와 주유소 편의점에 앉아 나눈 대화가 내가 왜 브라질에 살고 있냐였다. 나는 요나스에게 아마 내가 브라질의 매력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가장 큰 매력은 보편적으로 통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빠져 있는 그 매력이란 불확실성이다.

 

최근의 예를 들어 지난 주 토요일에 식당에 와보니 부엌의 유일한 환기구인 부엌문 앞에 큰 벽이 생겨 있었다. 사실이다. 전에 부동산 직원 빅토가 와서 식당 문앞에 담을 쌓을 거라고 했고 그래서 내가 뭔소리냐 생각을 해봐라 말이 되냐 라고 했고, 빅토도 주인의 멍청한 생각일 뿐이다 라고 했는데 아침에 와보니 벽돌과 방금 쌓아 아직 말랑한 시멘트 콘크리트가 버젓히 부엌문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주방은 일하기 전부터 사우나의 온도였고, 음식 연기와 냄새가 이제 고스란히 실외가 아니라 식당 내부로 흘러갈 것이 었다. 

 

나는 주인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막무가내의 행동을 하는가에 상당히 당황했고 화가나 토요일에 쉬고 있었던 빅토에게 연락해 다짜고짜 퍼부었다. 사태의 심각성에 그랬는지 전화가 올 걸 알고 있었는지 직원이 금방 나타났다. 나는 당장 이 벽을 치우지 않으면 더 이상 식당 영업이 불가능하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빅토는 자신은 직원일 뿐 자신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자신은 모르겠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부동산의 비품을 놓아둘 창고가 필요한데 장소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라며, 밖의 공터는 주인의 땅이라 주인이 그 땅에 대해 무얼하든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는 미치고 돌아가실 심정으로 이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에 식당을 접게 될 거라는 불길함이 엄습했다. 그러면 나도 주인을 고소하게 되겠지만, 재판에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사건이 그동안 이 곳에 지내는 부분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월요일에 주인과 대화하기로 하고, 토요일은 위의 벽돌 몇장만 드러내 숨통을 틔고 장사를 하기는 했다. 

 

나도 뭔가를 해야 했기에 토,일요일에 변호사와 요식업 관련 엔지니어를 만나 대책을 강구했다. 이 직업군들의 사람들은 대부분 원칙적인 해답을 주는 사람들임으로, 참 비상식적인 상황이다, 주인이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지는 소비자 고발 센터 등을 통해서 대처를 하자 등의 상식적인 선에서 원론적인 해답을 주었다. 일단 말해주는 것은 받아 적었다. 그 사람들을 만난 후 수확은 법적으로 내가 유리하다는 것만 확인한 것이었다. 답답한 마음으로 주말을 보내다 일요일 밤에는 자기 전에 가족들과 어떤 상황에도 감사한다는 기도를 같이 드리고 월요일에 깨끗한 옷을 입고 주인과 최후의 담판을 벌이러 갔다. 

 

역시 예상대로 10시까지 오지 않았다. 5분이 지나고 전화를 했다. 빅토가 주인이 오고 있으니 곧 가겠다 했다. 한 20분이 지나자 주인은 빼고 빅토만 왔다. 다음 장면에서 이번 사건의 가장 황당한 일을 보게 된다.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음을 띈 빅터 왈, 주인이 다른 약속을 깜빡해서 못 온다 그런데 담을 지금 바로 부수겠다는 것이 없다. 그리고 우리 문 바로 옆에서부터 창고를 짓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다. 왜 이 인간들은 처음부터 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상식적으로 영업중인 식당의 문이 있으면 그 문 옆에다 뭔가를 한다고 생각할텐데, 남의 집 문을 막고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일까? 그리고 벽을 말없이 쌓을 정도이면 분명히 맘을 굳혔고, 세입자와의 분쟁도 불사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아지는데, 이 건 그런 것도 아니었지 않는가?

 

이까지 요나스에게 이야기하고 나는 말했다. 요나스, 이 것이 내가 느끼는 브라질의 매력이란 말이다!!! 날 들었다 놨다 하는 상황이 다반사이고, 원칙없고 비상식적인 판단이 난무하는 이 동네. 하지만 아직은 이 롤러코스트가 재미있게 느껴진다. 물론 언제까지나 재미 있으라는 보장은 없고, 반복되다 보면 토할 것 같고 지치고 짜증나는 시간이 언젠가는 찾아 오리라 예상은 하고 있다. 그래... 언젠가 내게 브라질의 강렬한 매력의 색채가 바래져 버리면 난 떠나겠지. 하지만 빈티지스런 바랜 색의 수많은 나의 브라질 장면들은 내 추억의 앨범 한 켠에 간직하기에 딱 좋을 것이다. 그것도 괜찮지 않겠나?

 

 

25.01.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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