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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프란시마와 조지마는 형제이다.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자기들 말로는 그렇다) 사는 곳은 우리 가게 근처 길가와 근처의 다른 길가이다. 일하는 곳 역시 우리 가게 근처의 큰 길가이며 주차를 봐주거나 자동차 유리창을 닦으며 동전 얼마를 벌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프란시마가 형인데, 고생스래 살아서 그런지 액면가로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10살이나 어리다고 했다. 조지마 역시 햇볕에 심하게 그을리고 상한 칙칙한 피부 때문에 어디로 봐서도 20대로는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프란시마가 우리가게에 와서 먹을 걸 구걸을 하면서 안면을 트게되었다. 구걸하여도 거저 음식을 주지 않으니까 차를 닦겠다고 하였다. 이 후 나와 구두계약을 맺고 한동안 정기적으로 차를 닦고 돈을 받아 갔다. 그리고 한 일년..
프랑소와가 점심에 왠일로 혼자 밥먹으로 왔길래, 저녁에 같이 요나스를 만날 건가 물어봤다. 요나스와의 약속이 있었고, 요나스도 오케이를 해서 같이 만나자고 해 본 것이다. 프랑소와의 아내, 마갈리는 세계적인 프랑스 어학원인 알리앙사 프랑세사의 관리자다. 프랑소와는 현재 육아휴직을 내고 아내 일자리를 따라서 포르탈레자에 와있는 중이다. 프랑소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는데, 장기 육아휴직을 내고 아기를 보면서 어떻게 보면 쉬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는 육아휴직이 3년간 보장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둘째 아이부터는 정보 보조금 등 더 많은 해택이 있다고 했다. 한국은 여성의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1년이기는 하지만, 육아휴직 후의 복귀가 보장이 되는냐는 문제가 명확하지 않다. 사회의 의식에 따라서 복지정책의 적용 ..
저녁에 손님 둘이 왔다. 커플이다.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호주와 미국사람이라했다. 여행중이라고 해서, 어디서 두 사람이 만났느냐고 하니까 아르헨티나에서 만나서 여기까지 같이 여행중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의 애정이 각별한 듯 했다. 때로는 여행은 어려운 만남을 쉽게 만든다. 어쩌면 나의 반복되는 일상에서 같은 사람을 만났다면 특별한 인연이 아니었을텐데.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인연의 하나이었을텐데. 여행 중이라는 것이 주는 감성 필터가 그 사람을 또 그 사람과의 만남을 색다르게 채색한다. 이 커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오늘 지나듯 드는 생각은 로맨틱하게 채색되었다하여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인간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는데, 그 사람을 볼 때 단..
떠나가는 것에 눈가가 젖는다. 오늘 Chapecoense 축구팀이 Copa Sudamerica에서 수여하는 올해 최고팀으로써 트로피를 얻게 되었다. 항공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단 3명이 먼저간 동료들을 대신해 그 자리에 서게 되었던 것이다. 갑자기 일어난 그 사건은 가슴에 꽂히는 비수와 같다. 항상 세상은 떠나는 것에 익숙한 곳이다. 너무나 명확하게도, 세상은 떠나는 것에 익숙한 곳이다. 왠지 모르게 이 번주 한 주 내내 이 간단한 이 세상의 법칙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명확해지는 것은 사랑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것.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것. 그 것이 내일이라도 떠나야하는 이 세상에서 내가 하여야 할 일. 그리고 벌거벗겨져 떠나야하는 나에게 입혀진 수 많은 아름답고 또 추한 옷은 중요하지 ..
기분이 계속 많이 상해있었다. 나와 경미는 도저히 같이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많이드는 2016년의 마지막 주였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경미가 먼저 집을 나갔고, 경미가 돌아오자 조금 고민하다가 나도 나갔다. 집 근처의 바하까를 어슬렁 거리다가 결국 편의점으로 갔는데, 문을 연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깐 안아서 맥주 하나만 마시고 집에 들어갈 계획으로 맥주를 계산하고 자리에 안았다. 한 모금을 마시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마음에 한 숨을 내 쉬며 옆을 돌아보는데, 내가 어디에서 본 사람이 맥주를 사서 나오는 것이 었다. 그리고 내일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괜찮으면 맥주 한 잔 하자고 했다. 리처드가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부부문제로 많이 힘들다고 하였다. 리처드는 갑자기 카운셀러가 ..
독일 사람이지만, 처음 본 에리트레아 사람이 었다. 부모님은 에리트레아 사람으로 독일 이민 1세대시고 오늘 만난 나자렛(Nazareat)은 2세대이다. 에리트레아는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곳으로 93년 에티오피아로 부터 독립한 이후로 김정일 집안과 같이 강력한 철권통치를 해오고 있다. 2015년 난민 문제가 대두되면서 에리트레아가 많이 회자되었었는데, 시리아 다음으로 많은 유럽행 난민들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독립 후 인구의 약 5%가 이미 난민이 되었는데, 인권유린의 수준이 거의 북한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녀가 20대 중반이니 나자렛의 부모님은 독립을 즈음하여 어떤 루트인지는 모르겠으나, 에리트레아를 탈출하여, 약속의 땅인 유럽에 새로운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이름이 성경의 ..
시다와 안드레아는 삐아위주의 한 시골 출신으로 그 곳에서 없는 일자리를 찾아 포르탈레자로 왔다. 정확히는 물어볼 수 없어 모르겠으나, 인도와 중국의 시골 같이 하루 벌이가 2달러 이내인 곳일 것이라 추측해 보았다. 안드레아가 그 곳에는 일자리가 없다고 했느니 말이다. 아직 30이 안된 나에 안드레아는 남자 아이 셋딸린 이혼녀이고, 시다도 아들을 고향 부모님께 맡기고 온 역시 이혼녀이다. 시다는 뭔가를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미용사 인데, 미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미용학교를 졸업해야 하며, 한 달에 올해 기본 월급보다 많은 수업료를 내어야 한다고 했다. 언제는 시다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일반적일 수 있는 환경에 맞추어 말하다가 내 스스로 말을 멈추게 되었다. 시다는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
철인들이 태양과 해변으로 그려진 도시 "포르탈레자"로 왔다. 금주에 경기가 있을 것이고, 작년에 봤던 것 처럼 스포츠맨들의 파이팅과 활기가 베이라 마르와 이라세마 도처에 넘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어제와 오늘 가게에도 철인들이 왔는데, 브라질 히우두 그란지두 술의 참가자도 있고, 칠레 산티아고의 참가자도 있었다. 포르탈레자의 철인이 되기위해 식사는 건강식으로 하고 있다고 하며, K-BaB에 내 음식이 있다며 따봉을 외친다. 그리고 오늘 마른고 다부진 체형의 철인 스타일 스포츠맨으로 추정되는 스위스 손님이 오셨길래, 그 쪽인 줄 알고, 철인 경기 때문에 왔느냐고 물었다. 그 스포츠맨은 고개와 손을 쪌래쩔래 흔들며 말씀하시기를, "이 더운 날씨에 무슨 철인이에요?" 그리고 본인이 시킨 시원한 코카콜라를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