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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의 K-식당

편의점 카운셀링

Tigre Branco 2022. 1. 18. 03:48

기분이 계속 많이 상해있었다. 나와 경미는 도저히 같이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많이드는 2016년의 마지막 주였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경미가 먼저 집을 나갔고, 경미가 돌아오자 조금 고민하다가 나도 나갔다. 집 근처의 바하까를 어슬렁 거리다가 결국 편의점으로 갔는데, 문을 연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깐 안아서 맥주 하나만 마시고 집에 들어갈 계획으로 맥주를 계산하고 자리에 안았다. 한 모금을 마시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마음에 한 숨을 내 쉬며 옆을 돌아보는데, 내가 어디에서 본 사람이 맥주를 사서 나오는 것이 었다. 그리고 내일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괜찮으면 맥주 한 잔 하자고 했다.

 

리처드가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부부문제로 많이 힘들다고 하였다. 리처드는 갑자기 카운셀러가 되어서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자신의 생각을 조언식으로 내게 들려 주었다. 머리를 세치로 뒤덮은 것 보기보다 나이가 어려 나보다 어린 34살이었는데, 결혼생활을 오래한 그 리고 나보다 연장자인 것으로 느껴졌다. 리처드의 생각의 핵심은 부부관계는 그냥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가 필요한 것이고,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 있도록 대화를 많이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도 리처드 이야기를 좀 들어 주었는데, 냉전시대에 부모님이 불가리아에서 탈출해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하였다. 자기 삼촌들은 베네수엘라를 선택했다고도 했다. 그 이야기를 본인 아버지에게 정작 물어보지는 못한다고 한다. 아마 탈출 과정에서 뭔가 안좋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난민의 자격으로 미국으로 들어갔을테니, 리처드의 부친과 동행자들은 엄청난 고통을 감내했을 터이다. 

 

한 두시간 이야기하다가, 친구 집으로 간다고 해서 보내고, 잠시 앉아 있다가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담날 2016년의 마지막 날에 가게에서 경미와 대화를 했다. 아마 리처드의 조언이 영향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내 마음이 누그러졌고, 경미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조금 시큰둥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싸우다 미치겠고, 담날이나 몇일 뒤에 풀고를 반복한 우리 부부사이. 

 

나는 왜 이 곳에서 그녀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일까, 혜림이와 함꼐! 

 

그 건 그저 내게 허락된 상황이라서 그런 것 같다. 새벽 두시에 편의점에서 내일 떠나는 미국 여행객이 내게 허락된 상황이었던 것처럼. 

 

나의 의무가 존재한다면,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01.01.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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