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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의 K-식당

파이터 바텐더, 그의 여행

Tigre Branco 2022. 1. 25. 04:26

요즘 다시 Full-sail에 가고 있다. 알렉스는 없다. 이번에는 미국으로 간 모양인데, 언제 올지 기별이 없다. 으슥한 골목에 위치한 Full-sail은 그 입구도 검은 철문으로 되어있어 그냥 봐서는 뭐하는 곳인지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강도가 내 뒷통수를 언젠가는 한 번 칠 것 같은 으슥한 분위기가 가끔 섬득하지만, 항상 그 곳에 가면 리얼한 백팩커를 만날 수 있다는 건 Full-sail만의 진정한 매력이다.

 

어제도 저렴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Full-sail 바로 가서 높은 의자에 앉았다. 어제의 바텐더는 최근에 본적이 없는 영어하는 청년이었다. 팔이 없는 검은 Everest 티셔츠 옆사이로 잘 훈련된 근육과 검은 문신들이 보였다. 한 눈에 봐도 운동 좀 했을 것 같아 보였다. 첨에는 발음이 좀 새는 것 같아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 아닌 줄 알았는데, 발음은 이상한데 말을 유창하게 하길래 어디 사람이냐니까 호주 사람이라고 했다. 그냥 발음이 새는편인 영어 원어민이었다. 그리고 겉모습대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었다. 운동 종목은 파이트. 그 청년은 파이터였다. 무에타이를 배우기 위해 태국에서 살고, 부상당한 어깨를 회복하기 위해 편한한 휴식을 찾아 브라질 포르탈레자에 와서 지내고. 뭐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청년이었다. 

 

그리고 바로 내일! 이미 이 구질구질한 호스텔에서 3개월을 살다가 내일이면 히우로 간다고 하는데, 지난 시간동안 이곳에서 너무 편해서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바텐더도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주위 관광지는 물어 봐도 바닷가 이름들도 잘 모르는 것으로 보아서 그냥 호스텔에 거의 있다가 그냥 발길 닫는대로 주위를 서성이고 운동 좀 하다가 하는 식으로 포르탈레자 휴가를 보내는 듯 했다. 일반 관광객이 가지는 일정이 없다. 꼭 봐야하고, 꼭 가야하고, 꼭 먹어야하는 등등을 고려하여 짠 일정 말이다. 이런 스타일의 여행자는 사진을 잘 찍지도 올리지도 않는다. 누가 억지로 사진을 찍자고 하던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던가, 가끔 뭔가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한 후에 기록에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경우를 빼고는 잘 안찍는다. 다시 여기로 여행을 온 이유로 돌아가서, 호주에도 좋은 바다가 많은데, 다친 어깨를 회복하기 위한 휴양을 위해서 15시간 이상을 비행기를 타고 날라왔다는 것은 그리고 특별한 곳을 찾아 가거나 뭔가를 하지를 않는다는 것은 일반 여행자가 보았을 때는 참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났을 때, 이상한 눈으로 봐지지 않는 것. 그게 리얼한 백팩커의 관점으로 여행자를 보는 것이다. 여행은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이 만들어가고 자신이 느끼는 것. 쉽게 말해서, 다른 여행객이나 여행사의 프로그램으로서가 아니라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느끼고 내가 좋으면 되는 그런 여행. 

 

이것은 어저면 인생의 목적과 가치를 어디에서 찾는가 하는 것과도 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내 인생의 목표를 사회에서 정해준 것과 맞추어 갈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하는 것 말이다. 

 

 

22.09.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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