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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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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의 K-식당

외인부대 형님

Tigre Branco 2022. 1. 18. 20:02

월요일 첫 손님, 한국사람이었다. 날 보자 대뜸 나에게 악수를 청하는 스타일에 쿨한 느낌이 있었다. 우리 가게에서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이 쿨 가이는 그 유명한 프랑스 외인부대 소속으로 그 중에서도 코만도팀이라는 특수팀의 대원이었다. 현재는 귀화하여 프랑스인이 되었는데, 벌써 십수년째 외인부대의 핵심 부대원으로 그 자리를 지키며 어느 순간에 귀화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인으로 귀화를 했지만, 신분증상으로 자랑스런 한국인의 이름은 끝까지 지키고 있고, 한국인으로써의 자부심도 강해보였다. 현재는 프랑스령 가이아나에 살면서 특수 임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휴가차 포르탈레자에 온 것이다. 결혼은 프랑스에 살던 한국분과 해서 아들과 딸 하나씩 두고 있었다.

 

우리 내외와 그리고 아이들끼리도 서로 마음이 맞아서 우리집에 초대를 하게 되었다. 월요일 밤에도 초대하고, 일요일에 우리집에서 다금바리 회와 랍스타 바베큐를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내가 본 그 형의 좋은 점은 결정의 순간에 지체 하지 않고 도전적인 선택을 한 것인데, 그 외에도 본인이 선택한 것에 만족하고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켰던 것도 그 형의 현재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었다. IMF때 많은 한국인들이 외인부대에 지원하였더란다. 보안상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남아 있는 숫자는 그에 비해서 현저히 적은 숫자인데, 육체적으로 강한 훈련을 견뎌내야하는 그 자리에 많은 사람이 버티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 외에도 언어의 장벽을 넘기가 혹독한 것이 었다고 하였는데, 3년간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상태를 참아내면서 한국 스님들의 묵언수행한 것과 같았다고 표현하였다. 많이 힘들었으리라. 

 

프랑스의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것이라 일년에 45일의 휴가가 주어지는데, 가족들과 여행을 하며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 이 분의 행복이다. 생판 남이지만, 마음과 두 손을 활짝 열고 내게 다가와준 그 형님이 고마웠고, 내가 할 수있는 작은 초대를 하였던 것이고, 다시 그 분들의 여행이 끝나면 우리와 작별을 하여야 한다. 그 분이 새로운 선택을 하였을 때, 한국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 작별을 했고, 새로운 환경을 만났던 것처럼, 오늘 우리와 작별을 하고 서로의 앞날에 펼쳐질 새로운 일들을 우리의 온 몸로 격어 내야만 한다. 단 한 가지 내 머릿속에 기억하고 싶은 것은 그 자리를 지켜 낸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이 가끔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이 자리는 나의 것이므로 나는 그 자리, 나의 자리를 지켜 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길을 선택할 그 순간까지는.

 

쿨가이와 그 가족들은 제리꼬아꼬아라로 내일 새벽에 떠난다. 개발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아름다운 해변 마을과 적막한 사막속에 영롱한 수정같은 호수를 품은 브라질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중 하나로 손 꼽히는 곳이다. 문득 생각해보니 삶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을 지키며 살고 있는 당신의 휴가에 참으로 어울리는 장소이군요.

 

28.0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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