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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케빈이 떠난 이유 본문
가게 문을 내리려는데, 케빈이 말도 없이 왔다. 내게 왓즈앱으로 메세지를 보낸 모양인데, 내가 그걸 몰랐다. 딱 보니까 나랑 같이 맥주 한 잔 하려고 온 폼이다. 아내는 마침 여기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동생이 찾아 와서, 아내는 그 동생이랑 우리 집으로 보내고, 케빈이랑 같이 가까운 바로 갔다. 저녁을 안 먹었다고 해서, 세아라 스타일 타코를 시켜 나눠 먹기로 하고, Devasa 600ml 한 병도 시켰다.
케빈이 처음 우리 가게에 손님으로 온 날이 한 10일은 되었나 보다. 케빈과 다른 한 친구는 프로그래머 인데, 뉴욕에서 일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이 두사람에게 요구한 것은 출근이 아니고, 제 시간에 결과물을 보내주는 것이 었기 때문에 포르탈레자에 와서도 휴양 겸 프로그래밍 일을 하러 온 것이 었다.
한 잔을 마시고 Cheers, 두 잔을 마시고 또 Cheers. 케빈은 다소 내성적인 편이라 내가 대화를 이끌어갔는데,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대답을 잘 해 주었다. 케빈이 내가 여기에 왜 오게 되었는지 물어 보다가 내가 뭘 공부했냐고 물어봐서, 매스컴이라고 이야기 하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내 적성에는 그리 맞지 않더라라고 했다. 그러니 자신은 College나 University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뭐냐고 했더니, 그냥 프로그래밍이 좋아서 열심히 했었다고 했다. 한 번 이 일에 빠지면 멈출수가 없다고도 했다. 이 일에 대한 집중력은 자신이 생각해도 대단한 것 같다고 했다. 넌 천재 부류라고 했더니, 자신에게 요리 같은 것이 복잡하고 잘 하기가 정말 어려울 것 같은 일이라고 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아인슈타인도 기차표가 없어져 목적지를 잊을 정도로 쉬운 일이 천재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덕에, 20대에 돈 많이 벌어서 아파트도 샀으니, 앞으로는 좋아하는 여행 많이 하면서 살겠다는 그의 계획이 그다워 보였다. 학창시절 내내 학교 부적응 학생이었던 그 사람, 12살 케빈에게는 학교는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었을 테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자신이 낙오자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을 테니까. 어찌보면 케빈은 그런 학교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회에 특히 회사에 머무를 없다는 것은 그냥 자연스러워 보인다.
곧 포르투갈로 떠난다고 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프로그래밍을 하며 둥근 지구를 계속 돌고돌 것이다. 자유의 공기의 흐름을 원없이 마시면서 말이다.
01.07.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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