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오직 예수 본문

브라질 해변의 K-식당

오직 예수

Tigre Branco 2022. 1. 18. 04:45

프란시마와 조지마는 형제이다.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자기들 말로는 그렇다) 사는 곳은 우리 가게 근처 길가와 근처의 다른 길가이다. 일하는 곳 역시 우리 가게 근처의 큰 길가이며 주차를 봐주거나 자동차 유리창을 닦으며 동전 얼마를 벌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프란시마가 형인데, 고생스래 살아서 그런지 액면가로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10살이나 어리다고 했다. 조지마 역시 햇볕에 심하게 그을리고 상한 칙칙한 피부 때문에 어디로 봐서도 20대로는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프란시마가 우리가게에 와서 먹을 걸 구걸을 하면서 안면을 트게되었다. 구걸하여도 거저 음식을 주지 않으니까 차를 닦겠다고 하였다. 이 후 나와 구두계약을 맺고 한동안 정기적으로 차를 닦고 돈을 받아 갔다. 그리고 한 일년 전부터 우리 가게 쓰래기를 수거해가는 곳까지 옮겨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간다. 쓰래기를 치워주는 일은 원래 다른 걸인이 하던 일인데, 한 한달간은 거의 프란시마가 그 일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그저께 밤에, 나는 스웨덴 친구 요나스와 미국 관광객 케빈, 두 사람과 같이 놀러 나가기위해 가게문을 닫는 중이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프란시마가 왔다. 쓰레기를 수거해 갔고 잠시 후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프란시마가 돈을 달라고 했고, 마침 잔돈이 없었다. 아내도 잔돈이 없다고 해서, 그럼 내일 주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평소와는 다르게 광분하더니 돈 안줘도 된다며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하고 옆가게의 닫힌 샤터를 쾅쾅 치더니 나를 노려보고 건너편 길가로 건너 갔다.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 약간 황당했던 나는 이리 와보라고 고함을 쳤고, 프란시마는 뭐라뭐라하면서 나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그 걸 보고 있던 모토택시 기사 에우튼이 그만하라고 그 놈이 약했다 라고 내알려줬다. 가게 정리를 빨리 마무리하고 친구들에게 화내서 미안하다고 하고 같이 바르조따로 가는 택시를 타기위해 프란시마가 있는 쪽으로 길을 건넜다. 그 녀석은 나를 안쳐다 보려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내가 다시 와보라고 하니까 자기 목을 제 손으로 조르는 시늉을 하더니 죽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미친놈 하고 택시를 타는 곳까지 가려는데, 왠지 모르게 찝찝해서 요나스에게 2헤알을 빌렸다. 빨리 갔다오겠다고하고 다시 프란시마가 있는 곳으로 갔다. 프란시마가 내가 돈을 가지고 오는 것을 눈치챘는지 나에게로 걸어 왔다. 돈을 주고 왜 그러냐고하니까. 오늘 밤에 6헤알을 갚지 못하면 누군가 자기, 자기 가족(?)을 죽일 거라고 했다. 상당히 격앙된 목소리 였다. 나는 에우튼이 한 말도 있고 해서, 죽이려는 사람이 마약상인 걸로 생각하고, 야 마약 좀 그만해! 라고 했더니, 표정에서 순간적으로 더 감정적인 상태로 빠져 드는 가 싶더니, 세상 아무도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은 없다고 오직 예수만 있다라고 했다. Somente Jesus! 고독한 한 영혼의 단발마의 외침은 끈적한 밤공기를 타고 내 머리를 강타했다.

 

그말을 듣고 친구들에게 돌아와서 나는 내 길을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마지막 말이 내 머리에 남아있다. 프란시마는 자신이 황무지 같은 고독한 세상에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있고, 단 하나의 따듯함은 예수라고 믿으며 살고 있다. 어쩌면 중남미 슬럼가의 많은 갱들이 예수의 얼굴을 제 몸에 문신으로 세겨놓은 이유와 같은 맥락의 말 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비단 프란시마나 중남미 갱들만 Somente Jesus 인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생노병사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가 아니던가. 영화 매드맥스의 캐릭터들과 같이 밑도 끝도없이 이유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고 고독한 황무지에 던져진 가여운 영혼들이지 않는가. 어쩌면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깨달음과 성찰은 나의 사회적 지위와 위치에 하등 관련이 없는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24.06.2017

반응형

'브라질 해변의 K-식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케빈이 떠난 이유  (0) 2022.01.18
에밀리 가족  (0) 2022.01.18
프랑소와의 육아휴직  (0) 2022.01.18
여행 감성 필터  (0) 2022.01.18
떠나는 것에 대한 연민  (0) 2022.01.1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