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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에밀리 가족 본문
지난 일요일에 에밀리 가족을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중국어로 어렵지 않은 대화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중국 사람들의 이름이 잘 외워 지지 않는다. 왠지 이름같이 느껴지지 안기도 하고... 한국사람들도 보통 친구가 아니고 서야 성과 직함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이름이 외우기가 어려운 것이 그런 이유에서 기인한 듯 하기도 하다. 그래서 에밀리 가족이다. 에밀리는 2살인 딸아이인데, 최근에 중국에 있던 7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와서 그 엄마와 아빠까지 4가족이 살고 있다. 그 엄마는 한국 드라마의 팬이라서 한국음식에도 관심이 많고 2년 전 즈음 부터 우리 식당으로와 아직도 이펀 비빔밥 그리고 이핑 수꾸 (비빔밥 하나, 주스 한병)를 늘 같은 메뉴를 시키고 있다.
한 두달 전 즈음인가 에밀리 엄마가 이제 벨랭으로 간다고 했다. 포르탈레자에서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벨랭이 나을 것 같아 간다는 것이 었다. 이야기를 듣고 에밀리 가족이 떠나는 게 아쉬워서 우리집에 초대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주에 에밀리 엄마 생일 파티를 하러 우리 가게를 찾았고, 그럼 이번 주 일요일에 우리집에 꼭 와달라고, 남편과 아들이 먼저 떠나게 되니 우리집에서 환송 파티를 하겠다 라고 한 것이다.
사실 이 날 마음이 썩 편하지 않았다. 에밀리의 오빠, 그 가족의 아들이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편애한다면 가게에서 오열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화난 그 아빠가 아들에서 성질을 부리기도 했고, 먼가 좀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 아들은 그 동안 엄마의 친정에서 자랐다. 수년간 부모와 여동생 에밀리는 브라질에서 장사하며 사는 동안 말이다. 그래서 부모와 이별을 한 것이 가슴에 남았나 보다, 부모랑 같이 살았던 동생에게 어쩌면 미운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마음이 찡했었다.
일요일 오후에 장난감 가게로 갔다. 오늘은 아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서 였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무선조종차에게 손이 갔다. 아내가 아무래도 남자아이는 이 걸 좋아할 것 같아 골랐다. 집으로 와서는 환송파티 음식들을 준비했고,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기 한시간 전부터 아파트 밖, 베이라말 해변 쪽으로 큰소리의 EDM 음악과 화려한 불빛이 베이라말에 보기 드문 광경을 만들고 있었다. 쳐다보니 사람이 인산인해다. 그랬다. 게이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일년 중 가장 큰 게이퍼레이드. 이 게이 펴러에드를 보고 포르탈레자에, 브라질에 이렇게 많은 게이가 사는 줄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초대 손님들이 아무래도 좀 늦겠다 싶었다.
갈 수록 격해지는 게이퍼레이드로 이제는 내가 클럽에 와있다는 착각이 들고 있던 찰나, 인터폰이 울린다. 40분 밖에 늦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에밀리 가족들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애들 밥먼저 챙기고 우리는 오늘의 메인 코스 훠구오의 뚜껑을 열었다. 애들은 애들이니까 밥은 반쯤 먹다 말고, 집안에 모든 장난감을 떠 꺼내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빠는 혼자 떨어져 핸드폰으로 게임만하더니 두 여자 동생이 잡아 당기니 못이긴척 술래잡기에 동참하였다. 안팎으로 정신없는 상황이 연출되었으나, 에밀리와 오빠, 특히 오빠가 보조개가 쏙들어간 미소를 연신 지으니 맘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몇일 전에 좋지 않은 마음이 좀 풀리는 듯 말이다.
식사를 하면서 포르탈레자에 살아가는 서로의 이야기를 이것 저것하고, 20대인 젊은 나이에 사업을 하니 대단하다 가서 잘하기를 바란다고 격려하고, 짧지만 훠구오 처럼 훈훈했던 두 가족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오늘 잘했던 건은 아내가 그 아들을 안아 준 것인데, 아마 이 세상에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느꼈으리라. 어쩌면 먼훗날 에밀리 오빠가 창고에서 먼지 덮힌 고장난 무선조종차를 발견하고 왠지모를 훈훈한 느낌에 보조개가 쏙들어가게 될 지도 모른다. 약간 영화적인 설정인가... 아님 말고.
27.06.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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