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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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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앎과 느낌의 경계

낡은 집

Tigre Branco 2022. 4. 1. 05:47

어릴 적 살았던 낡은 집, 다가구 주택 2층에 있던 우리집. 1층에는 성빈이란 아이의 가족, 2층에는 우리집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단칸방. 2년을 살았었지. 2번의 겨울을 보냈었지. 어렸던 내가 들어가도 숨이 턱 막히는 좁은 공간의 푸세식 화장실. 낡은 집에 있던 단 하나의 화장실. 지독히도 파리했던 집주인의 화장실 인심. 몇 가지 놀이가 있었지. 달과 가로등의 콜라보로 만들어내는 골목길 위로 스멀스멀 기어가던 낡은 빛. 그 조명 아래를 지나가는 사람들, 개들, 고양이들 내 심야영화의 주인공들을 그저 쳐다 보았다. 그 골목길 너머로 폐허인 공터가 있었지. 쓰레기와 무성한 잡초로 뒤범벅이된 공간. 어떤 겨울밤 난 내가 싼 똥을 검은 비닐에 넣어 그리로 던져 보냈네. 그 살애는 추운 날 밤에 죽어도 그 때만큼은 그 화장실을 가기가 싫었네. 나의 다른 놀이는 혼자 하는 농구. 다른 친구들처럼 농구공은 없었지만, 나만의 농구 골대와 종이로 만든 공이 있었네. 과학상자에서 쇠 조각들을 이어서 조그마한 농구 골대를 내방의 한 켠에 걸어 두었지. 즐거웠지 나만의 농구 골대와의 홀로 농구. 이 때를 떠올리다가 항상 부지런히 움직이던 엄마가 눈 앞에 보이는 듯하네. 아주 젊은 그때의 그녀는 어떻게 그 생기를 그 생의 의지를 단 하루도 내려 놓은 적이 없었을까? 적어도 내가 보고 있을 때는 늘 그랬다. 또깍또깍 변함없이 움직이는 벽장시계처럼. 그녀는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나는 어떻게 그 시절을 보냈을까? 낡은 집 여기저기 눈에 띄지않게 소심하게 붙어있던 가여운 이끼를 물끄러미 쳐다 보던 나. 그 때의 나는 왜 그녀를 단 한 번도 안아 주지 못했을까? 

 

0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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