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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늙은이 우수에 찬 눈 빛 본문

브라질 해변의 K-식당

그 늙은이 우수에 찬 눈 빛

Tigre Branco 2022. 1. 23. 05:19

아나의 가족이 왔다. 오던 시간 보다 늦어서 오늘은 안 오는가 했다. 이제 3개월이다. 매주 수요일에는 같이 와서 거의 같은 메뉴를 시켜서 먹고 딸 그리고 양딸인 아나를 우리 혜림이와 가게에서 놀게한다. 두 가지 이유일 것이다. 아나가 혜림이를 보고 싶어하고, 아나를 신경쓰지 않고 괜찮은 식사를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말이다.

 

남자는 노인인데, 호주사람이며, 모발이 가는 힌머리에 탈모도 많이 진행된 데에다 키는 큰 편이지만, 많이 마른 편이고, 인상또한 편하지 않으며 어딘가 위축되어 보이는 외모의 소유자이다. 눈빛도 쾡하고 혼자 무엇을 생각하는 지 먼산을 쳐다보는 때가 많아 안스러워 보이면서도 내게는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타입의 사람이다. 지난 번에 내게 말한 걸 기억해 본면 포르탈레자에 살게 된 지는 1년 정도 되었다. 포르투갈어를 초보 수준으로 하는데, 항상 포르투갈어로만 내게 말하려고 하고, 내가 영어로 말하는 것을 크게 반기지 않는 것 같다. 내가 포르투갈어로 말하면 잘 못 알아 듣고, 그리서 영어로 말하면 약간 불편한 인상을하고 잘 못알아 듣는 듯 하며 자신 만의 포르투갈어로 내게 답하는데, 내가 또 못알아 들으니 거의 대화가 되지를 않는다. 그래도 끝까지 자신의 대화 스타일을 굽히지 않고 있다. 벌써 매주 보는 것만 3개월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 사람과 나누게 된 대화를 통해 그를 알게 된 것은 한 손에 꼽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 노인의 아내는 포르투갈계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브라질 여자 인데, 이 곳이 출신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내가 이 여자와 대화하는 것이 껄끄럽기 때문이다. 왜냐면 그 노인이 나를 견제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을 가끔 느껴왔기 때문이다. 나이가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데, 이 여자의 딸 아나는 이 노인이 아닌 다른 남자 사이에서 가지게 된 아이이다. 얼굴도 다르고, 이 노인이 여기에 살게 된 것이 1년 밖에 되지 않았으니 확실할 것이다. 그럼에도 100%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내가 물어보거나 그 여자나 노인이 내게 말해서 준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내 추측이 가져다 준 그들의 프로파일일 뿐인 것이다. 이렇게 자주 만나면서도 간단한 대화도 않는 것은 적어도 세아라에서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  

 

이 여자는 가끔 내게 상냥하다. 오늘도 그랬다. 그의 딸과 내 딸이 종이에 가게 도장을 찍는 놀이를 하며 깔깔대고 있자.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보낸다. 가게 도장을 가지고 노는 것이 괜찮은 건 지 약간의 염려를 가지고 내게 묻고 있는 것이다.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그녀를 보고 다시 웃어 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약간 더 돌려서 노인에게 까지 내 시선이 흐르자. 내가슴이 약간 덜컹한다. 가슴이 서늘해 진 것이다. 노인이 내 눈을 피하려고 하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 우수에 차고 쾡한 눈 빛은 자기 아내 그리고 나의 눈빛이 드리내리우는 공간을 피해서 자신의 눈빛 만을 드리우게 했다. 

 

그리고 나는 왠지 오늘은 그 눈빛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마르고 볼품없이 늙어 버린 노인은 나와 그 아내의 다정한 대화와 눈빛이 오가는 순간을 그 우수에 차고 깊게도 패인 눈망울 사이로 받아 들였으며, 어쩌면 나라는 젊은 남자의 육체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 넣는 의식을 진행 중이었던 것일 지도 모른다. 자신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나눌 수 있는 것은 불확실한 의사 전달이 주를 이루는 간단한 포르투갈어가 주를 이루고 있고, 이 아내가 함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자신의 마르고 거친 큰 손으로 제 얼굴을 빈틈없이 가리곤하는 그의 참담함이 내게 느껴졌다. 

 

어쩌면 노인은 우리를 보면서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완벽한 모습의 자신 젊은 그때의 자신에게 불완전한 사랑만이 드리워져 있었으며, 지금의 불완전한 그 자신이 만난 건 그 인생의 가장 완전한 사랑인 것에 인생의 슬픔이 밀물과 같이 그 눈가로 스며들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노인의 우수에 찬 눈 빛은 그 동안 내게 말한 모든 것을 합한 것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31.0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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