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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까마롱 센세이. 본문
오늘도 까마롱 선생이 납시었다. 우리 식당의 VVIP이시다. 작년 어느 날부터, 한 주에 3회를 오시던 그 분의 케이밥을 향한 일편단심은 올해도 변함없이 참 민들레이시다. 혼자 오시면(일주에 한 두번은 아들 내외와 같이 온다) 몇 번 빼고 항상 김치와 까마롱(새우) 김밥 6 피스를 시키시는데, 일관된 까마롱 김밥 주문에 그의 호칭을 망설임 없이 결정했고, 내 주위에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도, 그를 까마롱씨라고 부른다.
어제 나는 까마롱을 사러 어시장을 갔는데, 그 곳에서도 까마롱 선생께서 까마롱을 사고 계셨다. 까마롱이 콜레스테롤이 많아 어르신께는 추천 음식이 아니라 말하고 싶은데, 당신이 그렇게 좋아해서 평생을 드신 걸 인생 애송이가 간섭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아 겸허히 주둥이를 닫았다.
까마롱 선생이 우리 가게에 그토록 자주 오시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어 학습이다. 사실 내가 진위여부를 물어 본 적은 없으나, 나의 느낌은 분명이 그 이유라고 말한다. 나는 대학때 교양으로 3학기 수업을 받은적있고, 까마롱 선생은 자동화 생산 부문의 엔지니어 출신으로 일본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어쨌든 결론은 우리 둘 다 일본어 초급실력인데 비슷한 실력끼리 매주 만나서 일본어 회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일본어 실력의 향상은 주요치 않으며 서로 큰 관심은 없다. 단지 그냥 본인이 일본어를 하고 내가 대충 받아 주면, 아다리가 맞아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그에게는 크나큰 만족감이 되는 것으로 보이며, 나도 VVIP 손님이 즐거워 하시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일본어 대화 중, 그의 입가 한쪽에 도드라지는 옅은 진동폭, 그 떨림의 미소는 그에게 일본어 학습이 주는 짜릿함이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 일본 에니메이션 오타쿠로써 마다가스카르섬 출신의 올리비아가 가족들과 가게에 왔다. 하필 그 때 까마롱 선생도 그 자리에 있었고, 우리 식당에서 두 사람이 대면하던 그 순간,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두 사람의 짧은 일본어 학습을 주선하였다. 둘 다 하지메마시떼. 오나마에와. 정도의 수준을 넘지 못했으나, 까마롱 선생께서 그의 일본어 사용의 새로운 대상자를 만났고 대화를 하셨다는 것에 이내 일본어를 시전할 때 보여주시는 입가의 흐르는 미소를 보이셨다.
나이를 잊은 그의 일본어 사랑이 계속되시기를 바라며, 한국어에도 조금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더 할나위없이 좋을 것 같다. 까마롱 선생, 우리 가게를 사랑해주시는 이 분은 내게는 너무 고마운 분이며, 가게가 존재하는 한 영원한 VVIIP 명예의 전당에 올려드리고 싶다.
11.01.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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