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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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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의 K-식당

까포치의 딸

Tigre Branco 2022. 1. 22. 03:00

까포치와 나와의 인연은 한 아기 고양이로부터 시작된다. 가게 앞에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잠시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기 고양이가 좀 활동적이라 가게 앞 베란다에 마련해 준 제 집을 자꾸 나가는 것이 었다. 가게 앞에서 2미터만 나가도 차를 주차할 수 있는 도로가이라 불안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고양이가 도로가로 순식간에 뛰어나가서 주차하고 있는 차 뒤로 가는 것이었다. 고양이가 바퀴에 깔리면 그 날로 처참한 한 기억이 내 머리에 남게될 찰라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튀어서 차 뒤를 탁탁 쳤다. 차주가 놀라서 옆으로 고개를 숙내민다. 내가 뒤로 와보라고 손짓을 했다. 차주는 뒤로 와서 고양이를 보더니 깜짝 놀라서 큰 일날 뻔 했다고 했다. 그리고 악수를 청하며 고양이를 다치지 않게 해주어 참 고맙다고 했다. 빛 바랜 카키색 야구 모자를 썼는데 모자 밖으로 뼈져나온 많은 흰머리와 주름진 피부상태를 봐서 나이가 있으신 분인 듯 싶었다.

 

내가 부르는 이 아저씨의 호칭이 까포치가 된 것은 우리의 첫 만남이 있은 후로 일년 정도가 지나서 이다. 처음 알게된 이후로 가끔 우리 가게에 와서 밥을 먹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했다. 딸이랑 오거나 주로 혼자 왔는데, 맥주를 마신 후에,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단 355ml 롱넥을 2병을 마신 후 부터) 약간의 주사가 있다. 다른 주사는 아니고 말이 많고 한 말을 무한 반복한 다는 것인데, 한국과 나를 좋아하고 악의가 없어서 항상 말을 받아주는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처럼 2병째를 끝낸 후에, 김정은과 북한 정부를 돌아이와 사악한 정부라고 비판을 계속하더니, 한국의 착한 사람인 나에게 좋은 것을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 것은 바로 까포치! 세아라 내륙 시골 도시에서 사는 조류의 일종으로 '갈리냐(닭) 앙골라'라고도 한다는데, 고기 맛이 끝내준다고 나에게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 직접 석궁으로 잡는 연기까지 보여주며 따봉을 연달아서 외쳤다. 야생이라 파는 곳도 없고, 지인이 잡아서 가져다 주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결국 이 아저씨가 그 약속을 지켰고, 고기 맛이 정말 담백하고 끝내줬다. 어찌보면 한국의 토종닭 같기도 했는데, 한국의 토종닭보다 기름이 훨씬 적고 담백한 맛이 기가 막혔다. 살도 퍽퍽하지 않고 적당히 질긴게 식감이 대단히 좋았다. 또 삼계탕식으로 요리를 해보았는데, 뽀얗고 담백한 국물 맛이 그 어느 토종닭 삼계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았고, 우리로서는 참 괜찮은 식자재를 발견하게 된 셈이었다. 그 이후에 두 번 더 까포치를 내가 주문해서 먹게 되었고, (가져오는 데 시간이 걸려서 한 5 달은 지났을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며 이 괴짜아저씨를 까포치로 부르게 되었고, 우리는 whatsapp으로 농담도 자주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어느 날 까포치가 상기된 표정으로 가게에 나타났다. 항상 맥주를 마셨음에도 오늘 같이 좋은 날에는 맥주를 마셔야 한다며 맥주를 달란다. 나는 뭐가 그렇게 좋냐고 하니, 딸이란다. 딸? 딸이 왜,왜요? 두 딸 중에 한 딸이 빠라나 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시험을 쳐서 포르탈레자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었다고 했다. 그게 그렇게 좋냐고 하니, 자기는 딸이 자기 옆에 있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그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맥주를 마시는 그 옆에서 그의 가족사를 듣게 되었다. 딸이랑 같이 식당에 오고 하면서, 딸에 대해서 소개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 적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같이 사는 두 딸이 있는데, 큰 애가 빨로마이고 둘 째가 빠울링야다. 그리고 이 두 딸의 엄마는 그의 말대로하면 창녀였다. 빨로마가 태어난 3개월 후에 그는 빨로마의 엄마에게서 빨로마를 데려 왔다고 했다. 아이를 데려온 이유가 딸의 엄마가 이상한 여자라서 그랬다고 하는데, 아무튼 그래서 빨로마를 데리고 자신의 어머니 집으로 갔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모레나(백인이 아닌 혼혈인종)이고 그의 아버지는 백인이었는데, 그 어머니가 자기 손녀의 엄마되는 사람의 배경과 피부색등을 많이 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본인도 모레나 임에도 뭐가 그렇게 싫었는 지, 그 손녀가 자기집에 발을 들이는 것을 거절했다. 그리고 그 어머니와 아들, 까포치의 관계는 한 순간에 단절되고 말았다. 까포치는 범죄 재판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는데, 나중에 태어난 둘 째 딸까지 두 간난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에도 오만 일이 다 있었던 모양이다. 유모가 있었지만, 유모가 없었던 때도 많았고, 직장에도 간난 아이를 데리고 간적이 많았다고 한다. 나도 딸아이 하나를 키우는 아빠로써 두 딸을 정말 많이 사랑하지 않고서는 다른 이의 도움이 거의 없이 혼자서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 괴짜 성격도 그 것을 가능하게 하는데 한 몫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자신의 아이를 키우지 못하게 하려는 자기 어머니에게 내 손으로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독하게 힘든 길을 걸어 갔으니 말이다. 

 

그래서 두 딸은 나이가 들어버린 아버지, 까포치의 곁에 남는 보배가 되었다. 그의 사랑이 선택하게한 고집스런 결정과 인고의 시간들이 그의 인생 최고의 보배를 그의 곁에 두게 한 것이다. 모든 부모에게 자식이 혹은 반대로 모든 자식에게 부모가 까포치에게 그 딸의 존재같이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간에 생물학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까포치에게 있었던 그 것이 있어야 상대의 존재가 소중한 것이 되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 보았던 것,

아이를 향해 사랑의 열정이 끓어 올랐던 것,

아이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이 식지않았던 것.

 

 

01.12.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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