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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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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의 K-식당

어떤 장례식

Tigre Branco 2024. 7. 4. 21:28

까뽀치에게서 갑작스런 메시지를 받았다. '나와 같이 장례식에 가주겠나? 내 사위, 고이아빙야가 죽었네. 자살했네'. 

 

가게 영업시간이었지만, 오래 알고 지낸 그 사람의 부탁이라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한편, 갑작스런 상황이 녹록치가 않았는데 지난 주말에 까뽀치가 내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으면서, 자신의 딸에 대한 사위의 강박적 집착과 의처증이 도를 넘었다며, 이미 두 사람이 별거 중이라고 이야기 했던 것이다. 다시말해 최근 사이가 나빠져 자신의 딸과 별거 중인 사위가 별거가 얼마 되지 않아 자살을 한 것이다. 순간 나는 고이아빙야의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그의 지인들이 장례식장에서 까뽀치와 그의 딸에게 어떤 태도를 보일지 걱정이 되었고, 어떤 일이 생길 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 상황을 한국의 일반적인 상황에 대입해보면, 장례식장에서 그의 죽음을 놓고 서로를 향한 비난과 욕설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 십중팔구가 아닐까 싶었다. 드라마를 봐도 자주 나오는 장면이 아닌가 말이다. '내 아들을 잡아 먹은 이 X아', '여기가 어디라고 두꺼운 낯짝을 하고 니 X이 나타나!' 같은 대사를 지르면서!

 

2시가 되어 그가 우리 가게로 차를 몰고 왔다. 까뽀치는 당사자라서 그런 지 상황에 대한 다른 염려는 없어 보였고, 고인을 잃은 슬픔만이 그의 모습과 분위기를 가득채우고 있었다. 가끔 주고받는 말로 장례식장겸 묘지로 가는 중에 우리는 고이아빙야를 추억하다 또 침묵하다를 반복했다. 이제 우리를 떠나버린 착한 인상의 고이아빙야는 40이 넘은 중년의 나이의 한물간 격투기 선수였다. 한 때는 격투기 선진국 브라질의 무예타이 챔피언으로 밝은 미래를 꿈꾼 적도 있었지만, 뚜렸한 성과를 만들 지 못했고, 그의 30대는 다수의 격투가가 그렇듯 새벽 빛이 찾아오면 점점 흐릿해지는 초라 작은 별과 같은 삶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40대에 접어들자  첫 번째 부인과의 이혼 후에 그 사이에서 난 3명의 자녀를 키우며 생계를 위해 자동차 수리공과 개인 트레이너를 병행했는데, 늘 그의 그림자와 같던 배고픈 격투가의 가난은 그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되어 그의 삶을 짖눌렀다. 결국 상황은 언젠가 부터 그의 마음속 어두운 공간에 기생하는 이끼를 만들어 냈고, 그 이끼의 다른 이름은 우울증이었다. 나는 가게에서 만난 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던 그의 모습만 기억했기에 우울증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다소 의외였다.

 

장례식은 늘 그랬듯, 카톨릭식으로 누군가가 예식에 따른 어떤 종교적인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역시 종교적인 메시지로 화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의 관앞에 선 나는 평소와는 달리 굳은 얼굴로 다른 곳을 쳐다보는 고이야빙야가 왠지 낯설어 다른 사람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왜 날 못쳐다보는 지는 왠지 알 것 갔았다. 까뽀치는 아마 고이아빙야에게서 받은 것 같은 빨간 복싱장갑을 그의 관위에 조심스럽게 올려 놓았다. 장갑이 몇 번 굴러떨어져 가족들이 싫어할까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그를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까뽀치의 딸은 오열하다 힘을 잃고 바깥의 밴치에 앉았고, 고인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누구에겐가 왜 죽었는지 설명해달라며 그의 관 옆에서 번갈아가며 오열했다.

 

어쨌든 내가 걱정한 한국 드라마의 끔찍한 장면은 방영되지 않아, 천만다행 감사한 마음으로 장례식장을 나올 수가 있었다. 브라질 사람들은 한국 사람보다는 한의 정서가 많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근거없는 추측을 해보기도 했지만, 뭐가 되었건 고인을 위해서는 두 가족간의 다툼이나 상처가 되는 행동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 그 자리에 온 모든 사람은 고이야빙야를 사랑하며, 그를 추억하기위해 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것이 희노애락의 챗바퀴를 돌고돌다 어느 순간 지쳐서 저도 모르게 마음에 병이들고 부패해가다 더 이상 한 걸을음 내딛지 못한 가련한 그를 향해 그를 마지막으로 만나러온 우리들이 보여야할 마땅한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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