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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사진사 본문
왠지 언어적 편견이 스며들어있는 것 같은 단어, '작가'. 토마스를 사진작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벼워 보이고 바보스러우며 어린티기 많이나고, 그렇다고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소개하는 데 '사진' 두 자를 붙여주지 않을 수 없어, 작가를 빼고 사진사라고 부르기로 했다. 물론 그 녀석은 내가 지를 한국말로 뭐라고 부르는 지를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을 것이다.
토마스라는 십대를 갓 벗어난 이 친구는 1달 전쯤 해맑은 미소로 인사하며 우리 식당에 나타났다. 백인에 얼굴은 호남형인데, 눈이 좀 우리마냥 째진게, 다 빼고 눈만 보면 한국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다. 자리에 앉고 밥먹고 떠나기 까지 나랑 눈만 마주치면 끊임없이 여기가 좋다는 건지 음식이 좋다는 건지 계속 따봉이 보내고 약간 부담이 올만큼 내게 미소를 지었다. 나가기 전에 넌 누구이며 여기서 뭐하고 있냐고 물어보니, 아버지가 독일분이고 어머니가 브라질 분인데, 자기는 전업 사진 작가라고 했다. 나이가 어린 것 같은데 사진을 잘 찍는 것 같다고 추켜 세워주니, 그냥 모델 사진을 좀 찍는다고 했다. 여기 세아라에서는 반나체의 해변의 여인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찍고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모델같이 보이는 이쁜 처자가 우리 가게에 와서 일행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지나니 토마스 사진사가 나타났다. 역시 내게 환한 미소를 보내며, 모델에게도 미소를 보내고 모델에게는 그 걸로 부족을 느꼈던지, 깊은 포옹을 해주었다.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났다. 백발에다 장발을 하신 인도 겐지스강가의 구루같은 지리교수님의 따님이 와서 앉더니 친구가 온다고 했다. 교수님의 딸이 모델인 걸 알고 있어서 나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토마스가 또 나타났다. 그리고 토마스는 여러차례 혼자오거나 모델을 데리고 오거나 했다.
오늘 토마스가 또 왔다. 오늘은 모델로는 안보이는 남자와 같이 왔는데, 둘이 뭔 이야기를 하는지 '이르멍(Bro)' 이라는 말을 한 30초에 한 번씩하며 같은 동석한 남자와 잠시도 쉬지 않고 웃고 떠들며 행복하게 간장치킨을 나눠 먹었다. 토마스는 다 먹고 떠나면서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했다. 사진사로써의 미션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 동안 대 여섯번을 보았는데, 항상 표정이 너무 밝고 미래에 대한 염려와 고민이 전혀 없어보였다. 어떻게 보면 좀 바보같아 보이기도 하고, 살면서 사기도 좀 당할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왠지 그의 사진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행복 바이러스인냥 아무한테나 웃고 상대를 칭찬하고 늘 바보처럼 웃고 돌아다니는 사진사의 사진이 어떨까하는 궁금증에서 이다. 뭔가 다르기는 할 것 같다. 삶의 깊이를 담아 내지 못하는 가벼운 사진들일까? 뭔가 생각이 없어보이는 사진들이지는 않을까? 그러나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이 사진사의 사진을 어떻게 평가하든 토마스 그에게 있어서는 그의 사진과 그의 창작활동에 행복의 기운이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말을 건내지 않았지만, 12월에 다시 온다니, 돌아오면 토마스 사진작가의 사진을 꼭 챙겨 볼려고 한다. 겉모습으로는 알 수 없는 너의 행복의 깊이를 너의 작품 속에서 발견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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