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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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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의 K-식당

밤바다와 아르헨티노가 어울린다.

Tigre Branco 2022. 12. 20. 13:30

오늘도 시뮬레이터 보드를 타고 베이라마 길을 지났다. 바람이 내 살결을 스친다. 바람은 적당히 건조했고, 적당히 포근했으며 그저 하늘하늘한 바람에 내 이성과 감정을 오롷히 맡길 뿐이다. 그리고 저 멀리 아르헨티노가 보인다. 따듯한 피자를 파는 친구. 우리는 이 어머니 젓가슴처럼 포근한 이 밤바람을 사랑해 여기에 10년을 머물고 있다. 

 

어제 이 친구와 그 가족을 생각했다. 월드컵의 결승이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34년 만에 지구촌 최고의 축제 중 하나의 날에 승리의 축포를 쏘아 올렸다. 축구를 싫어하는 아르헨티노, 브라질레이로가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친구도 어제의 그 아드레날린이 남은 듯 하다. 큰 자부심이 그의 어깨에 드리워 있었다. 메시의 꿈은 모든 아르헨티노의 꿈이었던 것이다. 

 

친구는 내게 축배를 들자고 했다. Fratelicoca, 프라텔리코카. 아르헨티노에겐 국민 칵테일이라고 하는데, 첨 마셔봤다. 쌀루를, 빠라 아르헨티노를 외치고 우리의 흥도 함께 오른다. 그러다 갑자기 이 친구가 따듯한 피자를 팔고 있는 지 첨으로 궁금해졌다. 그가 해변에서 장사하는 내가 아는 유일한 아르헨티노라는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머뭇거림없이 사기를 당했단다. 건설회사의 소개를 받고 생면부지의 땅에 가족과 이민을 오게 되었는데, 와 보니 사기였다. 이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온 이 친구에게는 다른 선택의 옵션이 없었다. Avenida 9 de julho 근처 어느 길바닥에 살던지, 자존심을 지키며 브라질 어느 바닷가에 살아 보던지였다. 

 

이쁜 딸 둘, 후아나와 알마.3살 때 브라질에 오게된 후아나는 아르헨티나 사람이 아니라 브라질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단다. 아르헨티나가 아닌 브라질 팀을 응원하고, 브라질이 크로아티에게 석패를 했던 날 그렇게 서글피 올었단다. 

 

나도 이 친구도 뭔가에 꼬여 10년이라는 시간을 포르탈레자라는 나무 밑에 묻었다. 언젠가 타임캡슐을 열어보며, 우리의 결정이 어땠든, 그저 웃음 꽃이 고운 잎 하나 하나 펼쳐지듯 피어 나리라 바래 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이 땅에 천국은 없으나, 마음에 또 실재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천국을 떠올리며, 내 삶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할 여유를 가진다면 가히 복있는 자라 할 것이다. 인생이 반이 지나 브라질의 어느 해변을 거니는 우리가 서로 말하지는 않지만, 이미 알고 있는 진실이리라.

 

 

20.1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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