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시뮬라시옹 본문

브라질 해변의 K-식당

시뮬라시옹

Tigre Branco 2023. 5. 18. 12:35

인스타 피드를 넘기다가 알듯 모를 듯 추억을 소환하는 매력적인 남성이 보이길래 잠시 엄지 손가락으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가만보니 '키아누리브스'다. 그것도 '매트릭스'가 아닌 '스피드'의 키아누다. 인스타 주인을 보니 '스피드'에서 여주연으로 열연한 '산드라블록'의 공식 계정이었다. 잠시 그 둘의 인기가 넘사벽이었던 그 때를 추억하며, 내 풋풋했던 시절의 막대사탕도 여전히 달콤함을 확인했다. 산드라블록이 뭔 생각에서 옛날 남자 상대 배우의 지난 사진들을 올렸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산드라블로의 커멘트가 내 마음을 사로 잡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키아누는 3살 때 아버지로 버림을 받고, 청소년기에 여러 계부를 만나야 했으며, 그가 꿈꾸던 아이스하키 선수의 꿈도 사고로 접을 수 밖에 없던 그야말로 전형적인 불운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청년이 된 키아누는 불운을 천운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그 사랑을 전하는 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사랑을 전하는 삶에는 그저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 있었다. 키아누는 스스로 노숙자 생활을 하며, 노숙자들에게 삶의 도움을 주는 조언을 준다던지, 원한다면 세상의 많은 것들을 소유할 수 있었지만, 평범한 아파트 한 채에 살며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기이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삶에 데칼코마니처럼 겹치는 내가 아는 한 사람이 있다. '비트겐슈타인'! 어리석은 자들이 근대 철학의 신이니 뭐니 미사여구를 같다 붙여 그를 신앙시 하지만, 그는 금수저로 태어나 그의 모든 재산을 가족과 사회에 남기고 어느 숲속 오두막에서 삶을 관조하는 삶을 살던 그저 인간 사회가 만든 공해가 싫었던 맑은 사람이었을 따름이다. 

 

매트릭스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영화 평론가의 해석이 있다.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선택한 키아누. 왠지 그의 선택이 그가 보는 이 세상에 대한 그의 시점과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과도한 나의 뇌피셜일까?

 

 시뮬라시옹과 같은 생각은 도교의 스승 장자가 말한 '호접지몽'에서 발견된다. 내가 나비가 되어 꾼 꿈이 실재인지, 꿈을 깨어 보니 내 앞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꾼꿈이 실재인 것인 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키아누는 아마 이 세상이 매트릭스라고 믿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그의 기이하게 보이는 행적이 전혀 기이하게 보이지 않고, 어떻게 보면 상식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의 모든 행동이 실재와 본질 그리고 플라톤이 추구한 이데아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산드라블록의 마지막 커멘트를 보며 산드라도 내 생각과 비슷하게 키아누를 보고 있는 구나 싶었다. 

 

'This man could buy everything, and instead every day he gets up and chooses one thing that cannot be bought: to be real.  모든 것을 살 수 있었지만, 대신에 그는 매일 매일 일어나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을 선택했다 (가졌다). 실존이 되는 것.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