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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능구렁이 새끼들 본문

時, 앎과 느낌의 경계

능구렁이 새끼들

Tigre Branco 2022. 5. 13. 12:55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빠 그리고 엄마. 

 

아이들은 사탕을 팔고 있었다. 

 

내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고, 그럼에도,

 

능구렁이 같은 몸짓과 표정으로 담장을 넘어 식당 안까지 넘어왔다. 

 

찌우가 날 봐달라고, 

 

찌우가 사탕을 사달라고,

 

몸에 밴 미꾸라지의 수법으로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나중에 오렴, 식사 중에는 반기질 않아!

 

그래도 능구렁이인 그 아이들.

 

피 맺힌 서러움을 알지는 못하지만, 이건 안다. 입에 풀칠은 목구멍달린 존재의 의무다. 

 

이 아이들은 달리 피할 도리 없으니, 그저 능구렁이로 변할 밖에.

 

점점 새끼 능구렁이들이 내 화를 돋우었다. 내 눈에 불이 났다. 

 

무심코 입으로 내 어미께 배운 말이 나왔다. 가! 가라고!

 

새끼 능구렁이들에게 그 주문이 먹힌 것인가,

 

사탕을 팔지 못한채로 터벅터벅 문을 나섰다. 

 

날 노려보며, 하늘을 노려보며.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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