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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너의 목소리 본문
내가 무엇에 홀린 듯하다. 간간히 들리는 그녀의 소리 간절히 나를 찾는 너의 갈구함이 내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나는 무작정 그냥 무작정이었다. 보이지 않는 실체의 그녀를 만나러 끝없이 걷고 또 걸었다. 마치 환청과도 같은 그녀의 목소리는 들렸다 들리지 않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였고, 그럼에도 내 마음에는 분명히 내가 그녀를 만나기 위해 가고 있다는 알 수 없는 확신이 시간이 지날 수록 신앙과도 같이 확고하여만 갔다.
그러다 방금 나는 그녀의 소리를 뚜렷이 듣게 되었다. 방금 내 머리 위로 환청으로만 듣던 그녀의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생생한 소리는 평생에 느껴보지 못한 강한 전율을 내 온몸에 일으켰다. 그녀를 향한 나의 믿음은 옳았고, 나의 마음의 소리는 내가 와야 할 곳으로 나를 기적과 같이 이끌었다.
내 머리 위, 정확히 2층 배란다의 그녀는 나를 향한 묘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난 더없이 행복한 내 인생의 꿈을 깨지 않기 위해 그녀에만 몰두했다. 그녀에게로 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한 번의 긴 숨을 들이쉬고 단숨에 그녀의 옆으로 뛰어 올라갔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나의 모든 것을 던지고 싶었다. 바로 지금 고백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배란다 뒷편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그러자 나의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를 떠나 배란다 뒷편으로 달려갔다. 나를 놓아 둔 채로... 그리고 나는 내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후견인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자에게 안기는 것이었다. 나는 강한 실망으로 내 마음 한 편에서 서서히 자라나고 있는 분노의 눈빛으로 그녀와 남자를 쳐다 봤다. 방금 찾은 나의 꿈 같은 순간이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되게 전개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는 나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은 체 마냥 그에게 안기어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녀를 차지 하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무언가 나를 홀린 그 것이 아직도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계속 중년의 남자와 그녀를 쳐다 보며, 그녀를 내게 데려올 집념을 멈추지 않았다.
- 나는 발정난 검은 고양이, 복실이
12.01.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