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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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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앎과 느낌의 경계

지난 날

Tigre Branco 2022. 6. 3. 12:24

내가 저 여자와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이 믿어 지지가 않는다. 누워서 천장을 보며 가슴이 눌리는 것 같고, 옆으로 고개가 돌아가지 안는다. 어느 날 난 꿈을 꾸었다. 목과 머리가 분리된 채, 목은 애타게 나를 찾고 있고, 머리는 그런 목을 측은하게 바라 볼 뿐이었다. 열차의 출발을 알리는 기적 소리가 갑자기 들리자, 나는 내가 이여자를 만난 파리역으로 날아갔다. 하늘에서 자유낙하를 하며 땅에 착륙한 나를 뒤돌아 본 그녀는 놀라지 않고 자기의 할 말만 꺼낸다. 그냥 말할께. 헤어져. 나는 착륙을 어렵게 하느라 내 숨이 막히는 것인지 아니면 이 여자의 말 때문인지 왠지 기가 막혔다. 눈물도 두 뺨을 타고 반짝거리며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내 촌스런 구두와 짙은 감색 코트와 어울릴 법한 한 파리기차역 승강장의 무수한 사랑의 빛바랜 그림들이 슬픈 필름으로 내 눈 알에 박혔다. 어둡고 아파진 내 눈은 다시 짙은 질감으로 여러번 덧칠된 천장에 그 시선이 멈췄다. 살며시 곁눈질을 한다. 머리칼이 보인다. 너의 등도 보인다. 내 눈 가에 흐르는 슬픔이 반짝였다. 칠흙의 우주를 가로질러 흐르는 하얀 빛들처럼.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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