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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해변의 브랑코씨
윌리엄씨 본문
박식하고 친절한 윌리엄씨가 삼일 간 불고기덮밥만 먹으러 식당으로 오고 있다. 맨하튼과 브루클린에서 살아온 극좌파 성향의 아는 것도 많고 말도 많은 게이이자 노인 직전의 아저씨다. 이야기를 잘 따라가다가도 끝머리에 가면 무슨 말인지 헤매는 경우가 종종 생겼는데, 내 영어실력의 문제가 조금 있기도 했겠으나, 그가 설명하는 내용이 나를 자신의 본거지를 잘 아는 자기 동네 뉴욕커라고 생각하고 그의 입빨의 따발총을 쏘아댓기 때문이다. 내게는 그의 말을 100프로 소화할 만한 소화액, 즉 그 동네 뉴욕커의 백그라운드가 없었다. 윌리엄씨는 그의 부모님께서 스웨덴과 덴마크 이민자이셨는데, 이민자인 그들에게 한때 유명했던 프린세사 케익이라는 것의 겉은 투박하나 실재로는 찬란하고 완벽하게 조화된 케익을 내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설명을 길게 늘어 놓으셨다.
자신의 포르투갈어로 본인 속에 있는 것을 다 끄집어 낼 수 없으셔서 인지 밥을 먹으로 온 것 반, 내가 자기 이야기에 호응하는 재미를 보는 것 반, 이렇게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것이 계산적으로 타당하다고 보고 삼일 연속으로 우리 가게에 온것이 아니었겠는가? 뭐 이런 합리적 의심이 들기도 했다.
사실 비슷한 나이대의 아저씨들이 우리 가게에 가끔 오기도 한다. 그링고, 즉 외국인 중 특히 백인들 중에서 말이다. 그 중에서는 꽤 우리 식당을 자주오는 단골들도 여럿있다. 그런데 이 윌리엄씨는 다른 손님들과는 특히 다른 느낌이 많았다. 1미터 90이 훨씬 넘어 보이는 큰 키와 하얀얼굴, 현대 예술과 인문학에 젖어서 맨하튼과 부루클린을 전전하며 살아온 좌파성향의 게이 미국인. 어쩌면 이 사람이 다른 그링고들과 쉽게 만남을 갖기가 힘든 것이 당연해 보인다. 쉽게 말해서 공통점이 별로 없다.
내년에 다시 온다는 약속을 지키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공무원 퇴직후 받는 연금을 모아야 올 수가 있다고 하는데, 올해 전세계 그리고 천조국 미국의 상황 역시 녹녹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기사를 보니 600 만명의 실업자가 미국에서 생겨 200프로 이상의 사상최대의 단기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일 경제와 의료쪽으로 좋지않은 신기록들이 갱신되고 있다.
이 색다른 손님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도 코로나가 종식되어야 한다.
03.04.2020